`이야기 듣다 책 만들었죠` 300권 책만든 8살 아이
`이야기 듣다 책 만들었죠` 300권 책만든 8살 아이
  • 북데일리
  • 승인 2007.05.1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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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책 만들며 크는 아이’ 펴낸 김정연 씨

[북데일리] 한 달 독서량 평균 50여권, 4살 때부터 직접 만들기 시작한 책만 300여권, 책을 못 읽는 걸 가장 큰 벌로 생각하는 아이.

엄마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살 주인공은 올해 8살이 된 윤성준 군. <책 만들며 크는 아이>(즐거운상상. 2007)의 저자 김정연(36) 씨의 아들이다.

책과 담쌓은 아이, 이야기로 흥미 유도

아이들이 컴퓨터, TV 등 영상매체에 빠져 책을 멀리하는 요즘, 자녀를 책벌레로 키운 비결은 무엇일까. 최근 시내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김 씨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서부터 시작했다”고 밝혔다.

사실, 성준이 역시 처음부터 책에 흥미를 보인 건 아니었다. 오히려 책과는 담을 쌓고 지내는 아이였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데만 열중하니 엄마 입장에서는 속이 바짝 타들어갈 노릇.

이 때 김 씨가 떠올린 ‘비책’이 바로 이야기였다. 그녀는 산책을 할 때나 잠자기 전, 장보기 시간 등, 시도 때도 없이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줬다.

작전은 곧 효과가 나타났다.

어느 날, 성준이는 엄마가 매일 들려주던 <토끼와 거북이>를 직접 보고 싶다고 말했다. ‘드디어 해냈다’는 감격도 잠시. 김 씨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혀야 했다. 그들이 거주하는 미국에서 한국 도서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도서관을 열심히 뒤져도 책을 찾을 수 없자, 결국 그녀는 직접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다. A4 이면지에 그림을 그리고 노란 털실로 묶은 다소 엉성한 책. 하지만 아이는 ‘내 책’이라며 뛸 듯이 기뻐했다.

"책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성준이가 책에 본격적으로 눈을 뜬 순간이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아이는 직접 만든 책을 선보여 엄마를 깜짝 놀라게 했다.

“엄마가 만든 이면지 책을 보고 성준이가 용감해진 것 같아요. 책은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거구나, 어려운 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된 거죠.”

한 번 발을 디뎌놓자 아이는 이내 책의 세계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이후 지금까지 4년간 성준이는 엄청난 양의 책을 읽고, 또 만들어냈다.

독후감도 책으로 대신한다. 한 권을 완독하고 나면 그 내용을 토대로 책을 제작한다. 단순히 감상을 적는데 그치지 않고, 다른 정보들을 추가해 새로운 도서로 재탄생시키는 것. 그러다보니 한번 습득한 지식은 좀처럼 잊어버리지 않는다.

김 씨는 “우리에게 책 만들기는 공부가 아닌 놀이였지만 이로 인해 얻은 학습적 효과는 대단하다”고 설명했다.

일단, 아이가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성준이는 이야기를 꾸미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적는 내내 의자에서 일어날 줄 모른다. 그만큼 집중력 또한 높아졌다.

무엇보다 뛰어난 자기표현능력은 책 만들기가 가져다준 최고의 소득이다. 성준이는 자신의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전달할 줄 아는 아이가 됐다.

“저는요, 말로는 성준이 절대 못 이겨요. 조목조목 이치를 따지고 드는데 웬만한 어른은 상대도 안 될 거에요.(웃음)”

실제로도 성준이는 아이답지 않은 조숙한 언변으로 기자를 놀라게 했다.

“책을 읽는 건 만드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잖아요. 어려운 만큼 매력적이어서 저는 읽기보다 만들기가 더 좋아요.”

책 읽기와 만들기 중 어떤 일이 더 재미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엄마는 대견함을 감추지 않고 아이에게 칭찬을 쏟아 부었다.

“우리 성준이는 어려운 일도 피하지 않고 도전하려고 하는 구나” “독서가 쉬운 일이라니 그만큼 책을 열심히 많이 읽었다는 걸 알겠다”

칭찬하되 `정말 진지하게`

이처럼 구체적인 사항 하나하나를 짚어서 칭찬해주는 일은 김 씨가 엄마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자녀교육법이다.

칭찬은 아이에게 자신감과 의욕을 불어넣어준다. 단 주의할 점은 ‘정말 진지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장되게 행동할 경우 아이가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성준이가 4살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책을 읽고 만드는 데도 엄마의 칭찬이 큰 몫을 했다. 아이는 자신이 잘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좀 더 잘해야겠다는 욕심을 품게 됐다.

“저는 그저 아이에게 책이라는 씨앗을 심어주었을 뿐이에요. 밭을 일구고 심기까지의 과정은 어려웠지만, 그 다음부터는 알아서 자라는 것 같아요.”

가슴에 ‘책씨’를 품은 아이, 이제 겨우 8살인 성준이의 미래가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 책이 피워낸 꽃은 얼마나 향기롭고 아름다울까.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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