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다시 만난 어린왕자 `생텍쥐페리`
21세기에 다시 만난 어린왕자 `생텍쥐페리`
  • 북데일리
  • 승인 2005.09.1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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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걸작 `어린 왕자`가 생텍쥐페리 부부의 이혼을 막았던 일화는 미망인 콩쉬엘로가 생전에 기록했던 회고록 `장미의 기억`(2000. 창해)을 통해 알려졌다.

콩쉬엘로는 회고록에서 남편이 이기주의자였으며 바람기가 다분했던 것으로 묘사했다. 그는 "남편은 비행기를 타고 세계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수많은 애인들을 만들었으며 나는 늘상 혼자였다"면서 "파리 여자들이 그에게 보내는 미소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우울증에 시달리기까지 했던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도망치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판단했다. 파경의 위기까지 치달았지만 두 사람을 화해시킨 결정적인 매개체가 바로 `어린 왕자`였다.

"난 꽃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판단했어야 했어. 가련한 꾀 뒤에는 애정이 숨어있다는 걸 눈치챘어야 했는데. 나는 너무 어려서 그를 사랑할 줄 몰랐던 거야." (어린 왕자 본문 중)

꽃의 까다로운 성미를 견디지 못해 별을 떠난 어린 왕자가 하나밖에 없는 꽃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부분에서 `꽃`은 아내 콩쉬멜로를 상징했다.

어른들을 위한 20세기 최고의 동화로 손꼽히는 `어린 왕자`가 `안녕! 생텍쥐페리`(2005. 시아출판사)로 재탄생됐다. 이번 선집에는 `남방우편기` `야간비행` `성채` `인간의 대지` 등 생텍쥐페리의 대표작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특히 작품 가운데 각 이야기의 핵심 부분만이 엄선됐으며 행동주의 작가로 알려져 있는 그의 작품 세계가 세밀하게 드러나 있다.

국내 문학담당 기자는 "그의 언어는 철저한 체험을 통해 빚어진 산물이며 소설적 허구나 문학의 논리를 이미 초월했다"고 평가했다. 또 "어린 왕자가 그의 분신이라는 사실에 그 누구도 의의를 제기하지 않으며, 무수한 별들 사이를 떠돌면서 탯줄처럼 이어져 있는 `인간의 대지` 또한 그의 인생을 담고 있다. 그의 폭넓은 세계 인식과 사고의 깊이는 지구에 대한 사랑을 보여준다"라고 표현했다.

한 독자는 어린 왕자에 대해 "읽으면 읽을 수록 감칠 맛이 난다. 10대에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무한한 동경심을 자아냈고 20대에는 창의성을 키워냈으며 30대에는 삶의 본질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40대에는 흐트러지는 나를 바로 세웠고 50대에 들어선 지금 또 다른 삶의 의미를 일깨워 준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학평론가는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연금술사`는 성인 독자를 겨냥하면서도 동화적이고 우화적인 형태를 띤다는 점에서 어린 왕자의 아류작쯤 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난 1936년 작업시 시작됐던 `성채`는 작가로서 보다 완숙해지기 위한 생텍쥐페리의 고민이 듬뿍 담겨져 있다. 사랑과 평화, 언어와 논쟁, 행복과 자유에 대한 수많은 연결 고리들이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져 나왔다.

"침묵 속에서는 모든 이미지들이 아름답다. 사랑이란 사랑을 쉬고 있을 때 배우게 되는 것이다" 등과 같은 대사는 그것 자체로 고급스럽다.

`인간의 대지`에서는 "대지는 모든 책들보다 더 많이 우리에 대해 가르쳐 주고 있다. 그 이유는 대지는 우리에게 저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인간은 장애물이 있을 때 자신을 재봐야 스스로 어떤지 알게 된다"고 묘사하고 있다.

번역을 맡은 이효숙씨는 "생텍쥐페리의 작품들은 행복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며 원작이 훼손되지 않도록 정말 조심스럽게 번역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비행기와 함께 지중해에서 실종됐을 때 소설가 앙드레 지드는 "생텍쥐페리는 생명보다 영속적인 그 무언가를 찾아 떠나갔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3월 실종된 정찰기의 탐사 작업을 진행해오던 프랑스 탐사단이 마르세유 동남쪽 지중해에서 생텍쥐페리가 타고 있었던 정찰기와 제조번호가 동일한 비행기의 파편을 발견, 추락지점까지 확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대해 프랑스의 문학가들은 "그가 실종됐을 당시 프랑스인들은 생텍쥐페리가 별나라의 어린 왕자를 찾아갔다고 통곡했으며 이제는 비행기의 잔해를 통해서나마 그의 존재를 느끼고 싶어한다"고 그를 추모했다.

[북데일리 정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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