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를 봤다면 인류문명 80% 본 거지요"
"터키를 봤다면 인류문명 80% 본 거지요"
  • 북데일리
  • 승인 2007.05.0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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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80일간의 세계 문화기행> 저자 이희수교수, 이강온양.

[북데일리]아빠는 이스탄불에 빠져있었다. 유학도 미국, 유럽이 아닌 이스탄불을 택했다. 아빠는 최초의 한국유학생이었다. 아빠는 ‘터키 방문 95회’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 덕분에 딸도 한국이 아닌, 터키에서 낳았다. 딸은 눈을 뜨자마자 이슬람 문화를 접했고, 그 안에서 무럭무럭 성장했다.

이야기의 ‘아빠’는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이희수교수다. 이교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중동, 이슬람 문화전문가다. 그가 딸 강온양과 함께 책을 냈다. 여행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담은 <80일간의 세계 문화기행>(청아. 2007)이 그것이다.

최근 시내의 한 대형서점에서 만난 이교수와 강온양은 책을 쓰는 내내 더 없이 행복했다고 입을 모았다. 강온양은 “아빠처럼 깊이 있는 글을 쓸 자신이 없어서 걱정을 많이 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여행에 대한 생각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온양은 이스탄불을 가리켜 ‘세계의 모든 모습이 압축 된 곳’이라고 표현 했다. 이에 대한 보충 설명은 이교수에게 들을 수 있었다.

터키, 그 거부할 수 없는 매력

이교수에 따르면 이스탄불은 ‘누구든 받아들이는 관용의 장소’다. 어릴 때 읽은 <아라비안나이트>로 인해 이스탄불에 빠진 이교수는 7년간의 현지생활을 거쳐 박사학위를 얻고, 교수생활을 했다. 그는 “인류가 5천년의 역사를 기록한 이래 한 나라 한 도시에 이처럼 다양한 것이 집중 된 곳은 터키가 유일무이하다”고 말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출발지, 히타이트-아시아 문명의 중심지, 그리스 로마문명의 발원지... 이 밖에도 터키를 설명할 수 있는 수식어는 무궁무진하다. 기독교의 7대 주요 성지가 모여 있는 곳 역시 터키다. 11세기 이후 이슬람 문명의 발화시기를 거쳐 최근에는 EU가입까지 서두르고 있는 터키는 유럽의 고대문명은 물론 최첨단 모습까지 받아들이고 있다.

이교수는 “터키는 인류문명의 살아 있는 옥외 박물관”이라는 역사학자 토인비의 말을 인용했다. 이어 그는 “터키를 다녀왔다면 인류문명의 80%를 본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역사, 문명적 의미가 남다른 곳”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유럽에서 눈을 돌려라

이교수는 미국, 유럽으로 집중 된 한국의 여행추세를 지적했다. 어학연수, 유학은 물론 모든 여행의 첫 번째 후보지로 유럽이 지목되는 것은 극히 편협적인 사고라는 것. 강온양 역시 “젊어서는 절대 유럽을 가지 않겠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스파게티, 파스타, 커피 등의 유럽식 문화는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교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은 지극히 좁다”며 “사람들이 관심을 두는 데서 고개를 돌리면 무한히 새로운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교수가 미국, 유럽이 아닌 그 외 지역을 여행지로 추천하는 것 역시 같은 이유다. 그는 이집트 파병 당시 자이툰 부대가 겪은 언어 문제를 언급했다.

모두가 아랍어를 쓸 것이라고 예상했던 이라크. 그러나 현지에서는 쿠르드어가 사용되고 있었다. 당황한 한국 측은 쿠르드어가 가능한 통역관을 찾았지만 쿠르드어를 쓸 수 있는 한국인은 없었다. 이 교수는 이와 관련 “고대문명역사지인 이집트를 포함해 연구가치가 높은 국가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모두에게 알려진 곳, 주목 받는 곳이 아닌 알려지지 않은 곳, 연구가 덜 된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이야 말로 의미 있는 도전이라는 것이 이교수의 여행지론이다. “기존의 직업이나 목표가 아닌 새로운 세계로 눈을 돌릴 때 가능성이 열린다”고 그는 강조했다.

오지부터 떠나라

패키지나 에어텔을 선호하는 여행객들은 오지 여행을 꺼린다. 배낭여행객 조차 오지를 두려워한다. 불편하고 위험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교수는 이에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여행은 도시가 아닌 오지부터 가야 한다”며 “특히 젊었을 때 오지나 유적 여행을 다녀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교수가 청소년과 젊은이들에게 오지, 유적여행을 추천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세상을 바라보는 때 묻지 않은 눈으로 여행 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 그는 이어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마야, 잉카 문명 유적지를 여행지로 추천했다. 이를 단선적인 시각이 아닌 상호유기적 관계로 보라는 조언 또한 곁들였다.

경관에 감탄 하는 데 그치지 말고 그것이 나의 삶과,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집요하게 고민해 보는 것 역시 기억해야 할 여행법이다. 이교수는 “어떤 여행을 할 때도 결코 자기 정체성을 상실해서는 안 된다”며 “내 역사와 공간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95차례 터키를 다녀온 이교수는 100회 방문을 기념해 책을 쓸 계획을 갖고 있다. 목표 시기는 2008년이다. 20년 넘게 이어진 그의 터키 사랑이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낳게 되는 셈이다. 강온양 역시 이슬람 문화 연구에 관심을 두고 있으니 부녀의 또 다른 동반 여행을 기대할 만하다. 여행에 미친 아빠와 딸. 그들이 낳을 또 다른 결과물이 어떤 모습을 갖출지 사뭇, 기대된다.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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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7-14 13:4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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