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 겐자부로, 책은 번역서아닌 원문으로 맛봐야
오에 겐자부로, 책은 번역서아닌 원문으로 맛봐야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8.13 2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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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장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

[화이트페이퍼] 한 사람의 인생을 지배한 책들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사람들이 진심으로 인생의 책이라 추천하는 책은 어떤 책인지, 그것들과 겹치는 삶을 살고 있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여기 독서인을 유혹할 독서에세이가 있다. 바로 노벨문학상 수장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예담. 2015)이다.

 책은 단순한 독서 에세이가 아니다. 이것은 하나의 소설 강의이자 문학 강의라 할 수 있다. 소설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된 영국 시인이자 화가였던 월리엄 브레이크에 대한 애정은 정말 놀랍다. 이해하지 못하면 통째로 외우고 번역서, 비평서를 찾아 읽었다고 한다. 읽는 것은 곧 쓰는 것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하나의 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읽고 치열하게 매달렸는지 놀랍고 감탄한다.

 ‘외국어와 일본어 사이를 오가면서요. 이렇게 언어의 정복, 감수성의 정복, 지적인 것의 정복을 끊임없이 맛보는 작업이, 특히 젊은이들에게는 새로운 문체를 가져다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대부분은 번역을 하게 되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고 소설을 썼습니다. 이렇게 해서 제 소설의 세계가 시작되었던 것이지요.’ (67쪽)

 책과 더불어 그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나와 닮은 사람, 그러니까 나를 이해하고 나를 알아줄 수 있는 친구를 만난다는 건 삶의 궁극적인 목표라 할 수 있으니까. 오에 겐자부로에겐 영화감독 이타미 주조가 있었다.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 속에서 작가의 분신과 함께 ‘수상한 2인조’가 되었던 사람. 오에 겐자부로에게 ‘랭보’의 시를 프랑스 원문으로 소개하고 번역이 아닌 원문으로 느낄 수 있는 언어의 느낌에 대해 알려준다. 하나의 시와 시인을 주제로 밤새도록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건 정말 완벽한 일이다. 그런 존재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을 때 오에 겐자부로는 아마도 자신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장애인 아들을 둔 아버지란 수식어로 익숙한 오에 겐자부로에게 책은 운명이었다. 그에게 책은 인생의 목표를 제시해주었고 친구였고 유일한 안식처였다. 누구나 살면서 체념과 비탄의 시기를 지나지만 그것을 어떻게 뚫고 나오느냐에 따라 생은 달라진다. 오에 겐자부로는 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감히 이 한 권의 책으로 오에 겐자부로를 읽었다고 말하고 싶다. 대단한 책이다. 그것을 고스란히 전할 수 없어 안타깝다.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과 함께 읽으면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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