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병동 ' 내일이란 그저 달력에만 존재할 뿐'
호스피스 병동 ' 내일이란 그저 달력에만 존재할 뿐'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8.13 20: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후회 없이 살고 있나요?』

[화이트페이퍼] ‘지금이 아니면 대체 언제 할 것인가. 실상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내일이란 그저 달력에만 존재할 뿐이다. 오늘, 이 순간의 호흡에 다음 호흡이 닫히면 삶은 뚝 끊어지고 만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걸 망각하고 자꾸만 내일, 내일로 미룬다.’ (36쪽)

 호스피스 병동에서 보낸 1년을 고스란히 담은 이창재 감독의 『후회 없이 살고 있나요?』(수오서재. 2015)는 죽음을 말한다. 아니, 삶을 말한다. 이미 다큐멘터리 <목숨>으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준 이야기다. 직접적으로 죽음과 대면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전국의 호스피스 병원을 방문하고 6개월이라는 시간을 기다려 모현 호스피스에서 촬영 허락을 받은 후 1년 동안 죽음과 동행하는 삶을 지켜본 기록은 그 자체만으로도 숭고한 울림을 준다.

 저마다의 사연은 아프고 가슴이 시리다. 일일이 나열할 수 없는 슬픔은 책을 잠시 멈추게 만들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남겨 두고 떠나야 하는 비통함, 행복이라는 걸 만져볼 시간에 닥친 암 선고, 삶의 절반의 병마와 싸워온 외로운 삶, 혼자만의 골방에서 문을 닫고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견뎌야 하는 시간.

 밤이 무서워 밤새 병동을 서성이다 새벽이 올 때 안도하며 잠에 빠져드는 두려움, 평온해진 영혼 때문에 육체도 나을 거라는 희망에 반하는 사실을 전해야 하는 의료진. 남은 시간을 고통과 절망이 아닌 기쁨과 즐거움으로 채울 수 있다는 걸 말하는 사람들을 통해 나의 삶을 생각한다. 지나온 시간에 대한 감사와 앞으로 살아갈 시간을 허투루 살지 말고 제대로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다.

 ‘삶이라는 여행은 한 번에 끝이 나는 단속적인 것이 아니라 영원히 이어지는 영적 여행이다. 낮에서 밤으로 밤에서 낮으로, 현세에서 내세로 다시 내세에서 현세로 반복하는 여행. 그 여행을 하며 우리의 영혼은 점점 성숙해진다.’ (169쪽)

 어떤 삶을 살았든 죽음은 피할 수 없다. 죽음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잘 사는 것만큼 잘 죽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 이제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마주할 때다. 어쩌면 많이 늦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이 가장 빠르다는 말과 같다. 책은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각인시킨다. 징글징글한 삶이 아니라 아름다운 삶이라는 걸 말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