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화 바이올린 연주 '우주 탄생을 귀로 듣는 듯'
정경화 바이올린 연주 '우주 탄생을 귀로 듣는 듯'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8.03 1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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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의『모든 요일의 기록』중에서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카피라이터 김민철의『모든 요일의 기록』(북라이프. 2015)은 제목 그대로 일상의 기록이다. 대단한 성찰이 아닌 단순한 삶의 이야기가 친근하게 다가온다. 저자는 남편과 함께 세계의 맥주병 뚜껑을 모으고 책이 좋아 비닐 커버로 포장하고 여행을 꿈꾼다. 평범한 기록 가운데 좋아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2012년 명동성당 공연에 대한 이야기가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정경화는 드레스 대신 하얀 셔츠를 입고 성당 제단 앞에 섰다. 그보다 더 어울리는 차림이 또 있을까. 누구보다 기품 있었고, 누구보다 아름다웠다.

 1년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오늘이 어머니의 기일이라 했다. 관객들도 숙연해졌다. 그 시절 한국에서 정경화라는 바이올리니스트도 모자라 정명화, 정명훈까지 길러낸 그 어머니. 모를 수는 있어도, 알고 난 후에는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가 없는 그 어머니에게 그보다 더 흡족한 제사가 어디 있을까 싶었다.

 진공상태와도 같은 침묵이 성당을 가득 메웠다. 그 공기를 뚫고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 그 소리가 명동성당의 높다란 천장을 돌아 뒷벽에 부딪혀 내 귀로 들어왔을 때 나는 우주의 탄생을 귀로 듣는 느낌이었다. 먼 소리가 둥글게 지금의 나에게 도착하고 나는 먼 소리를 지금의 소리라 착각하며 멍하니 입을 벌리고 소리를 좇았다. 높은 소리는 신생 별이었고 낮은 소리는 오래된 별이었다. 활과 바이올린 사이에는 공기가 흘렀고 지구와 달처럼 그 공기는 아득했고 멀리서 도착한 빛과 소리는 아름다웠다.’ (137~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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