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의 공고 '신부를 구합니다'
백만장자의 공고 '신부를 구합니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7.27 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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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은밀한 유혹> 원작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한 번의 기회로 인생역전이 가능하다는 제안을 단칼에 자를 수 있을까? 카트린 아를레의 <지푸라기 여자>(북하우스. 2015)속 힐데가르트에게 그런 기회가 왔다. 번역으로 겨우 살아가는 힐데가르트는 신부를 구한다는 백만장자의 공고에 당장 편지를 쓴다.

 ‘저는 서른네 살입니다. 키가 크고 금발이며, 감히 말씀드리자면 예쁜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부모 형제도 없고 남편도 아이도 없고, 일체의 감상적, 인습적 욕심도 없습니다. 제게는 아무 계획도 없습니다. 다만 잘 살고 싶다는 생각뿐입니다. 당신의 공고를 보고 저는 이내 사랑에 빠졌습니다. 저는 벌써 당신의 돈, 그리고 당신이 제공할 생활을 사랑하고 있습니다.’(12쪽)

 놀랍게도 초대장이 도착했다. 그녀 앞에 나타난 남자는 백만장자의 비서 안톤 코르프였다. 그는 병에 걸린 괴팍한 늙은 노인과 결혼할 수 있는 계획과 유산에 대해 설명한다. 힐데가르트가 만난 칼 리치먼드는 예상외로 재미있는 노인이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안톤 코르프가 해결해 줄 것이라 믿었다. 신데렐라가 된 힐데가르트의 유리구두는 단단하지 않았다.

 갑자기 죽어버린 남편과 안톤 코르프가 자리를 비운 사이 힐데가르트는 살인 용의자로 전락한다. 세상은 돈을 노리고 결혼한 천박하고 비정한 여자라고 비난한다. 사태를 해결한 사람은 오직 안톤 코르프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그녀를 조롱한다.

 ‘그녀는 정말로 살았던가? 그 모든 것이 꿈이었거나, 그녀의 욕망과 후회가 만들어낸 상상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이따금 지난날의 몇몇 편린이 보일 때도 있었다. 그것들은 냄새와 몇 마디 말과 풍경의 일부 따위를 통해 간간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러나 기억 속에 떠오른 과거의 일들은 희미해지거나 잊힌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이제 그것을 믿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두 번 죽지 않는가. 한 번은 생명이 몸을 떠남으로써, 또 한 번은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완전히 잊힘으로써. 그녀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이미 아무도 없을지도 모른다.’ (223쪽)

 힐데가르트는 안톤 코르프의 설계도의 한 부분에 불과했다. 지푸라기처럼 말이다. 힐데가르트는 세상은 너무 쉽게 봤던 것일까. 지긋지긋한 가난의 삶에서 벗어나 행복해지고 싶었다. 색다른 로맨스와 빠른 전개와 신선한 결말까지 완벽하다. 작가가 스무 살에 완성했다니 놀라울 뿐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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