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장]병원은 아비규환의 성스런 감옥
[명문장]병원은 아비규환의 성스런 감옥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7.27 0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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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녕 <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 중에서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 윤대녕은 에세이집 <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현대문학. 2014)에서 다방, 노래방, 도서관, 술집, 공항 등 익숙한 공간에 대해 들려준다. 생로병사의 집합체라 할 수 있는 병원에 대한 부분은 가슴을 저릿하게 만든다.

 ‘병원은 우리가 저마다 고유한 생산 날짜와 유효기간을 가진 육신의 옷을 빌려 입고 살아가고 있음을 그때마다 명료하게 깨닫게 해준다. 그 옷이 헐거나 찢어지면 찾아가게 되는 곳이 바로 병원이며, 그 이전에 그 몸을 받는 곳도, 마침내 그 옷을 벗어던지는 곳 또한 지금은 집이 아닌 병원이 그 역할을 담담하고 있다. 그러므로 병원은 우리네 삶을 유물론적으로 축소해놓은 아비규환의 성스런 감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카프카는 평생의 친구였던 막스 브로트에게 임종 직전 이런 말을 남겼던 것이 아닐까?

 “이제, 여기(병실)서 그만 나가주겠나? 자네가 안 나가면 내가 나가겠네.”’(240쪽)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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