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뒤집기] 1년 안돼 180도 바뀐 대출정책..뒷수습은 국민 몫
[금융 뒤집기] 1년 안돼 180도 바뀐 대출정책..뒷수습은 국민 몫
  • 김은성 기자
  • 승인 2015.07.23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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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냉온탕' 대출규제..생계형 대출자인 자영업자와 서민 타격

[화이트페이퍼=김은성 기자]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방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빚 내서 집을 사라고 대출규제를 푼지 1년도 안돼 정책이 180도 바뀐데다 가계부채 근본 원인을 외면해서다.

정부 가계부채 대책의 핵심은 두가지. 소득심사 강화로 갚을 수 있는 만큼 돈을 빌리고 원리금을 분할상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주택대출규제를 푼지 1년도 안 돼 정책을 뒤짚은 것이다. 정부는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8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했다. 이후 올해 7월까지 4차례 금리를 낮춰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1.5%까지 내려갔다.

분기별 평균 4%씩 늘던 가계부채가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작년 7월) 후 가파르게 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가계부채 증가율은 13%로 치솟았다. 최 부총리 취임 후 10개월간 주택담보대출로 풀린 돈은 79조원. 평년 대비 두 배 가량 많다. 전세가는 집값의 70%에 육박했다. 결국 빚내 집사는 사람이 늘었다. 가계부채가 1100조를 돌파한 데는 정부 책임이 적지 않은 것이다.

올해 5월 빚을 내 집 장만에 나선 김유미(36)씨는 널뛰는 정부정책에 황당해 했다. 김씨는 "금리가 낮아 빚을 잘 굴리는 것도 재테크라 생각해 정부만 믿고 집을 샀다"면서 "싼 이자로 돈빌려줄 테니 빨리 집 사라고 등떠밀더니 일년도 안돼 빌려간 돈 빨리 갚으라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동산 대출자 외 생계형 대출자인 자영업자와 서민도 이번 정책으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소득위주 상황능력 심사로 전환하면 변호사 등 전문직과 대기업 종사자 중심으로 대출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은행문턱이 높아져 저소득층이 제도권 밖 금융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상환능력 심사강화로 대출이 어려워질 가계부채 취약계층에 대해 맞춤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가계 상환능력을 높여줄 대책도 마련하지 못했다. 정부가 원리금 분할상환을 유도하면 가계소비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침체로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와 저소득자들에게 새로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사고는 정부가 치고 뒷 수습은 국민에게 떠넘기는 형국이다. 

금융소비자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23일 낸 자료에서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방안은 책임면피용"이라고 비판했다. 조남희 금소원 대표는 "DTI 규제 강화와 가계대출을 막는 근본대책이 없어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의지가 있는지 의심된다"며 "비본질적인 서민대출 억제로 가계부채를 야기한 책임을 면피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동산 거품이 여전한데 은행문턱만 높이는 것은 현 정부만 폭탄을 피하기 위한 단기적 처방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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