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천국으로 유학보낸 탤런트 아빠
아들 천국으로 유학보낸 탤런트 아빠
  • 북데일리
  • 승인 2005.09.1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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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얼마 전에 하늘나라로 유학갔거든요. 그래서... 떠난 아이 더듬으면서 눈물로 글을 썼는데, 이 책의 수익금 전액은 백혈병 아동 돕기에 쓰여질 겁니다."

KBS1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스페셜 녹화장에서 연기자 김명국이 한 말이다. 올해 초 백혈병으로 아들을 떠나 보낸 그가 지난 5년간 아들의 투병 기록과 가족 얘기를 담은 책을 펴냈다.

김명국 옆에 나란히 앉아있던 연기자 이재포는 "드라마 촬영하는 틈틈이 글을 쓰더라"면서 책을 카메라 앞으로 조심스럽게 들이밀었다.

`내 아이는 천국의 아이입니다`(2005 랜덤하우스중앙)란 제목이 카메라 프레임에 가득 잡히는 순간 김명국의 눈시울은 잠시 붉게 젖어들었다.

김명국은 "앞으로는 백혈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구요. 이 책으로 인해 환자들과 가족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라며 눈물섞인 웃음을 머금었다.

현재 김명국은 생명나눔운동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조혈모세포(골수) 기증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매월 마지막 일요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가면 전단지를 나눠주면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도움을 호소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더 이상 이 땅에 백혈병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하는 그의 바람과 함께 아들과의 마지막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또 KBS 드라마 `무인시대`에 출연할 당시, `도전지구탐험대`의 요청으로 소아암 돕기 고비사막 마라톤에 출전했다. 당시 김명국은 제작진에게 ARS 모금을 부탁했고 투병 중인 아들에게 삶의 용기를 주고자 완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들이 한창 병마와 싸우고 있던 2년 전에는 전국을 돌면서 거리 마임 공연도 시작했으며 아들이 없는 지금도 매월 1회씩 마지막 일요일에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멸의 이순신`이 인기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 백혈병을 앓고 있는 한 초등학생을 드라마 촬영장으로 초대해 용기와 힘을 심어주는 등 화제를 모았다.

남편과 함께 눈물의 원고를 써낸 아내 박귀자 씨는 책을 통해 "이상하게 주호(영길로 개명)가 태어났을 때는 모든 것이 어려웠다. 남편은 연극하랴 공사판에서 막노동하랴 고생했고 나는 시장에 돌아다니면서 생선 대가리와 채소 남은 거 얻어와서 찌개를 끓였다. 아들에게는 그 흔한 이유식 한 번 제대로 먹인 적이 없었다"고 적고 있다.

박 씨는 "아이에게 멸치가루와 양파 끓인 물에 우유 가루 풀어 먹이면서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결코 잘했던 것이 아니었다"며 아이에게 너무나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남편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글로 풀어썼다.

"서울예대 졸업공연에서 남편은 1백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배우라는 극찬을 들었고 연극 인생 15년 동안 무대를 장악하는 몇 안되는 실력파 연기자로 통했지만 세상은 알아주지 못했다. 맥도널드 광고로 유명해지면서 김명국은 몰라도 `맥도널드 아저씨`라고 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였고 아이들도 얼마나 좋아했었는데..."

경제적인 여유가 조금씩 생겨날 즈음 아들에게는 병마가 닥쳤고 8년 17일의 생애 중 5년의 시간을 병상에서 보내야 했다.

박 씨는 잠이 든 순간에도 아들의 숨소리가 느껴져야 마음이 놓일 정도로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그러나 아들은 오히려 이런 엄마를 걱정했다. "엄마, 내가 아파서 정말 미안해."

한 번은 바다바람이 쐬고 싶어 아들과 속초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아들은 6개월 동안의 스테로이드 주사때문에 몸이 붓기 시작해 걷는 것 조차 힘들어했다. 엄마가 업어 주겠다고 해도 아들은 씩씩하게 대꾸했다.

"엄마, 나 혼자 걸을 수 있어. 정말 잘 할 수 있어. 엄마, 사랑해."

김명국, 박귀자 부부는 책을 통해 아들의 대한 그리움을 모조리 토해냈다. 그리고 아들의 빈자리를 새롭게 채우려 하고 있다.

"아이를 가슴에 묻는다고들 하는데 그건 다 거짓말입니다. 아이가 좋아하던 바닷가, 하루종일 앉아서 그림을 그리던 크레파스 조각, 아이가 바라본 하늘이 있고, 함께 숨쉬었던 공기가 내 곁에 있는 걸요. 나는 지상에 있고 아이는 천국에 있을 뿐입니다. 지상과 천국이라는 그 거리만큼 아들이 죽도록 그립습니다"

"우리를 살게 한 것은 아들이며 아이가 가고 난 후 우리는 여태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건 모두 아들이 우리에게 주고 간 것입니다." (본문 중)

[북데일리 정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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