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가 신을 버린 이유?
신데렐라가 신을 버린 이유?
  • 북데일리
  • 승인 2007.04.18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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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대학 2학년 때 기억이다. ‘영국시’ 수업에 `이카루스`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했다. 덕분에 신화를 논 할 기회가 있었는다. 당시 교수님께서 시지프스 이야기를 꺼내셨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분의 관점에서 바라본 신화의 해석이었다. 대부분 시지프스가 돌을 굴리는 것을 인간이 짊어져야 하는 형벌로 생각하는 것에 반해 교수님은 시지프스와 같은 고통의 삶을 살아야 한다 해도 돌을 굴리는 과정에서 그만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하셨다.

고통만 느낄 것이 아니라, 돌을 굴려 올리는 과정에서 주변 풍경도 볼 줄 아는, 땀도 닦을 수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나는 그때, 우리가 신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리고,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만났다.

당시의 높은 인기에 비해 정작 책을 읽어보고 나서는 후회를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저자만의 독특한 시각과 해석이 아닌 단순히 분류해 놓은 소재와 주제에 따라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와 견줄만한 책을 한권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동아시아. 2003)이다. 작가 나카자와 신이치가 대학에서 신화에 관련된 수업을 한 일종에 강연 모음집이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양 수업인 만큼 독자들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저자는 신데렐라 이야기의 다양한 변형을 보여준다. 이어 그들 속에 흐르는 공통된 의식을 찾아낸다. 책은 일본의 구전 설화, 전설에 대한 해설도 보여준다. 이 때문에 혹 <그리스 로마 신화>를 좋아한 독자라면 지루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데렐라 이야기의 다양한 형태를 통해 저자만의 독특한 해석을 곁들인다는 차별점이 있다. 작가 나카자와 신이치는 전 세계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신데렐라 이야기의 다양한 버전을 설명한다.

먼저 프랑스 버전인 상드리옹에서 신데렐라가 왜 재투성이인지, 쥐와 도마뱀을 사용해서 무도회에 가게 되는지, 왜 신데렐라의 어머니, 아버지가 돌아가게 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그림형제 버전의 잔혹한 신데렐라 버전에서는 ‘구두’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다. 포르투갈의 버전과 인디언 버전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하나씩 비교해 가면서 설명을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신데렐라가 신을 잃어버린 이유에 대해 궁금해 하는 독자라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는 복잡한 ‘그리스 로마 신화’류가 아닌 전설이나 민담을 사용해서 신화 코드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장점이 있다. 결국, 신화란 인간이 세상을 읽는 가장 원초적이면서 고도로 추상화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은 그 특징을 살려 신화에 대한 풍성한 이해를 돕는다.

[이경미 시민기자 likedre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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