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리와인드] 당신 옆 사람이 T-3000일수도…시공초월 전쟁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무비◀◀리와인드] 당신 옆 사람이 T-3000일수도…시공초월 전쟁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 박진희 기자
  • 승인 2015.07.02 0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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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미래를 건 역대급 시간전쟁, 관객 혼 쏙 빼놓을 것

[화이트페이퍼=박진희 기자] “30년 전에는 영화 하면 터미네이터 밖에 없는 줄 알았어. 최고의 영화지”

언론 시사회가 있던 날 상영관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중년 남자 기자들 목소리가 들떴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라는 역대급 SF영화가 역설적으로 향수를 불러일으킨 모양이다.

1984년 첫 편을 내놓은 터미네이터는 T-800으로부터 시작됐다. 인간의 피부와 완벽하게 동일한 리빙 티슈를 채택해 인간의 눈으로는 식별할 수 없는 기계. 조금 진화된 T-1000은 액체금속 로봇이다. 직접적인 접촉으로 모든 형태의 물질로 변형이 가능하다. 그러다가 녹는점 이상이 되는 열을 지속적으로 받게 되면 이상이 생긴다. 영화를 통해 ‘액체 로봇’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대게 악당 역할이다. 이번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T-1000은 한국 배우 이병헌이 맡아 국내 관객에게는 더 뜻 깊을 것으로 보인다.

2015년 내놓은 터미네이터는 나도 입자다. T-3000은 최첨단 나노 입자로 만들어져 변형이 자유롭고 제거가 불가능한 완벽한 터미네이터다. 아니 완벽할 줄 알았다. T-800(아놀드 스왈제네거)이 자석을 찾아내기 전까지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4편 격인 2009년 터미네이터 미래의 전쟁은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겼다. 그 때문인지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 대한 기대감은 살짝 떨어져 있다. 그러나 1, 2편을 연출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터미네이터 영화를 좋아한다면 반드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라고 확신했다. 자신이 창조해낸 스토리에 대한 자신감이며 동시에 메가폰을 넘겨 준 앨런 테일러 감독에 대한 신뢰다.

영화는 시공을 초월한다. 2029년과 1984년 또 다시 2017년을 오가며 전쟁을 거듭한다. 2029년 전쟁의 패색이 짙어진 로봇 군단 스카이넷은 인간 저항군의 리더 존 코너(제이슨 클락)의 탄생을 막기 위해 터미네이터는 1984년으로 보낸다. 이를 저지하기 위한 인간 저항군 대표 카일 리스(제이 코트니)가 뒤를 따른다.

그러나 정작 도착한 1984년은 달랐다. 존 코너를 낳는 사라 코너(에밀리아 클라크)는 이미 어린 시절 T-800(아놀드 스왈제네거)을 만나 로봇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사라 코너는 카일 리스를 데리고 제니시스 프로그램의 활성화를 막기 위해 다시 2017년으로 향한다. 그러나 그 곳에 존 코너가 나타난다. 놀랍게도 그들이 아들인 존 코너는 T-3000이 되어 있었다.

인간도 기계도 아닌 사상 최강의 적에 맞서 싸우는 인류의 운명, 그게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다. 영화는 진일보한 기술력을 선보인다. 스크린을 꽉 채운 로봇들의 섬세한 면면은 입을 다물 수 없게 한다. 뿐만 아니라 전쟁 장면의 스케일도 압도적이다. 여기에 SF영화가 간과하기 쉬운 스토리를 탄탄하게 가져가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속도감까지 챙겼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기술력의 총 집합체인 영화를 보면서 관객은 인간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계속해서 SF영화의 소재가 되는 핵전쟁. 그 이후의 인간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에 대한 고심이 피부에 와 닿는다. 어쩌면 영화는 현실이 돼 인류에게 다가올지 모를 일. 간혹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인간 저항군에게 묘한 동질감마저 느껴진다.

앨런 테일러 감독은 “이 영화가 액션 대작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주제가 강렬하게 다가왔다”고 전했다. 영화 속 배경은 로봇들의 세상이다. 인간은 그래도 그 안에서 부딪히며 살아낸다. 영화는 그 끈질긴 생명을 밀착해서 보여준다. 이 때문에 이 기계 가득한 영화에서 인간 냄새가 나는 것일 수도.

서두에 언급했듯이 누군가에게 터미네이터는 향수다. 시리즈 그 자체가 과거와 미래가 되듯,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를 오가며 당신 옆에 있다. 지금 당신 옆 자리 동료가 2029년에서 온 T-3000은 아닌지 자석을 한 번 대보는 것은 어떨지.

이제 나이를 먹어 푸근하기까지 한 터미네이터. 노장 T-800 완벽한 활약은 오늘(2일) 전국 개봉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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