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재미, 에로틱...신라여인 `미실`
긴장, 재미, 에로틱...신라여인 `미실`
  • 북데일리
  • 승인 2007.04.11 09: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데일리] 세계문학상 당선, 여성 인권 신장에 기여한 소설, 김별아식의 신라 여인 이야기. <미실>(문이당. 2005)은 참으로 많은 수식어가 붙은 책이었다. 인기가 한 풀 꺾이면 읽어봐야지 하고, 미뤄두었던 소설을 본인도 읽지 않은 새 책을 선뜻 빌려준 좋은 이웃을 둔 덕분에 읽게 되었다.

소설은 대담한 단어선택과 적극적인 묘사를 취하고 있었다. 보는 내내 긴장감이 느껴졌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단어들이 맛깔스럽게 정렬되어 있어서, 작가만의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성애묘사에 있어서 한 치의 부끄럼 없이 오히려 당당해서 더 아름다웠던 문장들이었다.

주인공은 왕의 자손을 낳아주는 대원신통 집안에서 태어난 미실, 어릴 때부터 외할머니로 부터 색공으로써의 자세와 이론에 관한 모든 걸 전수받게 된다. 신라에서 가장 빼어난 여인으로 성장한 미실은 세종, 사다함, 진흥왕, 진평왕, 동륜, 금륜 세자, 설원랑 등등 많은 남자들에게 사랑의 독으로 작용하게 된다.

빼어난 외적 아름다움과 성애기술이 그녀를 더욱 많은 남자의 우상으로 자리하게 하고, 결국 왕후자리에 올라, 권력을 위해서 사람을 내치기까지 점점 독한 여자가 된다. 하지만, 남자들은 모두 미실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굴복하게 되고...

신라라고 하면, 경주가 떠오르고, 왠지 불교 국가로써 점잖은 느낌을 주는 나라였다. 하지만, 이 책에서 본 신라는 색의 존재가 모든 걸 결정하는 신라의 이미지가 종종 나타나며,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어서 신선함을 많이 느꼈다. 왕이 신하의 아내를 빼앗고, 다시 내치고, 또 빼앗고를 반복한다.

미실은 과연 그들에게 어떤 여인이었을까. 처음으로 사랑했던 사다함이 죽고, 미실은 힘들어하지만, 이미 운명은 그녀 앞에 정해져 있었다. 자신만을 위해서 살다 간 세종과 자신의 목숨을 바친 설원랑의 사랑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후반부로 갈수록 미실은 점점 자기 자신을 통제하며, 지난날을 반성하게 된다.

혹자는 이 작품이 여성 인권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하는데 그 부분은 동의할 수 없었다. 미실은 운명을 개척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고, 물론 권력을 가진 많은 남성들이 미실 앞에 굴복하긴 했지만, 진정으로 여성의 인권을 향상시킨 건 아니었다. 이 책이 오히려 여성을 성에 있어서 주도자로 묘사하기 보단, 그녀의 역할을 볼 때 그 반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실의 나이 서른에 벌써 6명의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미치도록 아름다운 미실에 대한 묘사와 여자들에 대한 시기와 질투, 남자들의 권력야욕과 함께 미에 대한 욕망 이 모든 것이 잘 조화를 이루어 재미있는 소설 책 한권이 태어난 것 같다. 성적 감각을 자극하는 묘사와 작가의 대담한 상상력으로 인해서 한 순간도 손에 놓지 않고, 쭉 읽어지는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하지만, 여성에 관한 본질이었는지는 의심스러웠다.

[제갈지현 시민기자 galji@naver.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