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정녕 춘추전국시대를 아느냐
너희가 정녕 춘추전국시대를 아느냐
  • 북데일리
  • 승인 2007.04.1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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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책읽기에 한참 몰입할 때 만난 사람, 구본형. 그는 <나, 구본형의 변화이야기>(휴머니스트. 2004>를 통해 나에게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불어 넣어주었고, 50살이 넘기 전에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책을 내야겠다는 꿈을 심어주었다. 그의 글은 마치 악성바이러스로 느려진 인터넷을 다시 원래 속도로 치료해주는 백신과 같은 힘이 있다.

그의 책들은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사람들, 한번뿐인 자신의 스토리(Story)를 쉽게 포기하려는 사람들, 그리고 조직생활에 짓눌려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비전(Vision)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가 이번에는 2,500년 전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로 여행을 다녀왔음을 이 책 <사람에게서 구하라>(을유문화사. 2007)를 읽고 알게 되었다. 그가 그 시대로 여행을 떠난 이유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의 시대와 딱 맞아 떨어지는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사람’이다. 21세기는 ‘사람’에 의해 이끌어지는 시대이기에 시대유형이 비슷한 춘추전국시대의 ‘사람’들을 돌아보면, 지금의 현실을 이해하고 다가오는 미래를 제대로 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러기에 이 책은 21세기를 살아갈 우리들에게 좋은 가이드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 작은 그릇이 큰일을 하려는 것은 과욕이다.

누구나 빨리 승진하고 싶은 것은 마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그 자리에 맞는 그릇을 키우는 일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오직 승진에만 목을 매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노력 없이 무임승차하려는 심보가 이런 것이리라. 요즘은 업무를 오래했다는 것만으로 승진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그렇다고 경험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자신의 연수만 믿고는 소위 그 분야의 전문가라는 착각 속에 빠져 더 이상 배우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군가 배움이 멈췄다는 것은 그 자리에서 더 이상 넓은 자리로 갈 수 없다는 것이고 오히려 그 조직으로 봐서는 퇴출되어야하는 사람인 것이다.

저자 구본형은 끊임없이 어떤 주제를 두고 연구하고 고민하는 즐거움에 빠져 있음을 그의 책들을 대할 때마다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책을 팔아 이익을 챙기겠다는 마음보다 자기가 즐거이 도출해낸 발견들을 빨리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어 하는 진솔한 마음이 듬뿍 담겨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그런 마음을 꿰뚫어본다. 좋은 책, 정성이 담긴 책을 만드는 작가의 그릇이 독자를 찾게 하는 것이다.

출판업계의 현실을 탓하기 이전에 작가 자신의 그릇 키우기에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돌아 볼 필요도 있는 것 같다. 작가들의 글 속에 그들의 그릇 됨됨이는 다 나오게 되어 있다. 구본형은 계속해서 그런 노력을 하는, 배움을 즐거워하는 작가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는 그의 적합한 길을 찾아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알고 있다.

“사람은 일종의 그릇이다. 태어날 때부터 그 그릇의 크기와 모양이 결정되어 있는 초벌구이 같은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그 그릇을 몇 번 다시 가마에 구워 쉽게 깨지지 않도록 단련하고, 좋아하는 색깔로 채색하며, 일상의 손때를 묻혀 훌륭한 자기로 완성해 가는 것이다. (중략)”

둘, 신뢰는 여러 가지 좋은 감정의 끈들로 짜여 있다.

서로에게 좋은 감정만 가지고 살아간다면 이 사회는 얼마나 밝고 아름답겠는가? 그러나 우리에게 들려오는 대부분의 소식은 신뢰가 깨지는 소리들이다. 이 시대가 신용사회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은 IMF이후라고 생각된다. 그 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신뢰에 상처를 받아서, 이제는 쉽사리 사람을 믿지 않고 하나하나 의심하며 따져 보려 한다. 꼬이고 꼬인 이 감정의 고리들이 봄기운에 얼음 녹듯이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얼마 전 온라인 커뮤니티인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첫 번째 정모에 카페메니저의 자격으로 참석한 적이 있다. 온라인상으로만 만난 분들이라 만나면 굉장히 서먹할 것이라는 약간의 두려움을 가졌는데, 웬걸 마치 오래 전에 헤어졌다 만난 친구들처럼 서로 부담 없이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엇이 이 첫 만남의 어색함을 확 사라지게 했을까? 돌아보니 이미 서로가 온라인상으로 글들을 통해 좋은 감정의 끈들을 만들어 왔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바로 생활 속 신뢰의 예가 아닐까?

셋, 변화의 동력은 불완전에 있다.

누구나 한번쯤 완전한 삶을 동경하게 된다. 특히 가야할 길에 안개가 자욱하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혼란스러운 환경에 홀로 놓이면 더욱 더 완전한 삶을 원하게 된다. 병이 없는 삶, 사기가 없는 삶, 전쟁이 없는 삶, 기아가 없는 삶을 원하지만 세계 곳곳에 이런 삶들이 파로라마처럼 펼쳐져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자연재해를 당할 때 보면 하염없이 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런 불완전한 삶에 대한 여러 가지 반응이 있겠지만, 저자는 이 불완전함이 인간에게 변화를 모색하게 하는 큰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접근한다. 자신이 완전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람이든 조직이든 추락의 분기점이 될 것이다. 그래서 ‘추구’나 ‘도전’이라는 말은 언제나 매력적이고 살아가는 맛을 주는 것이다.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겸손하게 스스로 배워가는 자세는 어떤 환경 속에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놓치게 하지 않을 것이다. 넘어지고 넘어져도 포기하지 않는 그 동력은 여기에서 나온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은 인생의 잔을 조금씩 채워나가는 그 즐거움을 저자 구본형은 이제야 그 맛을 보고 있다고 고백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자신의 불완전함을 미워하지 말고 오히려 인정하고 사랑하는 데까지 나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춘추전국시대의 인물들과 현재의 인물들의 일화를 적절히 사용하여 저자인 구본형은 ‘리더십’과 ‘인재’에 대한 이 한 권의 책을 탈고 했다. 한마디로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이지’라는 인문학의 소외를 지적하고, 그것의 회복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해를 쫓아 살아가는 가벼운 시대에 대한 안타까운 절규를 하면서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다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오늘도 그렇게 살아가는 현대인들! 그들이 놓치고 살아가는 것들에 대한 그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힘이 있고 큰 공감을 준다.

[백승협 시민기자 herius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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