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민들레의 생존전략 '하면(夏眠)'
토종 민들레의 생존전략 '하면(夏眠)'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6.19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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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이토록 아름다운 약자들>중에서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카멜레온은 주변의 색에 따라 색깔이 변한다. 보호색은 파충류, 갑각류, 양서류의 생존 전략이다. 그럼 식물은 어떻게 영역 다툼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이토록 아름다운 약자들>(이마. 2015)에서는 '민들레의 하면(夏眠)'을 소개한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서양 민들레가 아닌 토종 민들레 말이다.

 ‘서양 민들레는 씨앗이 작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종자를 생산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서양 민들레의 번식력이 더 강하다는 의미다. 서양 민들레의 종자는 가벼워서 멀리까지 날아가 분포 영역을 쉽게 넓힌다. 봄에만 꽃을 피우는 토종 민들레와 달리 일 년 내내 꽃을 피우고 종자를 생산하니 번식 능력은 월등하다. (중략)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이 발생한다. 도시 안에서는 서양 민들레를 흔히 볼 수 있지만 교외에서는 토종 민들레를 더 많이 볼 수 있다. 왜 그런 걸까?

 자연 요소가 풍성한 곳에는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여름이면 풀이 무성하게 우거진다. 이렇게 되면 키가 작은 민들레는 햇빛을 받을 수가 없다. 서양 민들레가 아무리 계절을 가리지 않고 꽃을 피우려 해도 여름이 되면 다른 식물의 그림자에 가려져 시들어 버린다. 하지만 토종 민들레는 다른 식물이 채 자라지 않는 이른 봄에 꽃을 피운다. 그리고 다른 식물이 쑥쑥 자라는 여름이 되면 뿌리만 남고 스스로 잎을 말린다. 이것은 동면과 원리가 같지만 겨울 대신 여름에 잠을 자는 것으로 ‘하면(夏眠)’이라 불린다. 토종 민들레는 잠을 자며 여름을 보내고 다른 식물이 시드는 가을부터 겨울 동안 다시 잎을 뻗어나간다.

 키와 잎이 큰 다른 식물들과 정면 승부를 했다가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래서 다른 식물과의 경쟁을 피할 수 있는 시기에 꽃을 피우고 종자를 만든다. 이 땅의 사계절을 현명하게 이용한 토종 민들레의 지혜이다.’ (68~70쪽, 일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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