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어리, 전갱이 한자의 오묘한 뜻
정어리, 전갱이 한자의 오묘한 뜻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6.15 1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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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이토록 아름다운 약자들> 중에서

[화이트페이머=북데일리] 약육강식, 자연계의 절대법칙이다. 강한 자만이 생존한다. 그렇다면 약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이토록 아름다운 약자들>(이마. 2015)에서 그 방법을 소개한다. 약자 생존방식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야생에서 떼를 지어 생활하는 이유도 강자에게 혼란을 불러오기 위함이다. 이는 바다에서도 다르지 않다.

‘작은 물고기가 떼를 지어 일제히 헤엄을 치면 집단이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여 마치 큰 생물 한 마리가 움직이는 듯 느껴져 큰 물고기도 위협을 느낀다. 작은 물고기가 무리를 지을 때 노리는 효과 중 하나다. (중략)

정어리를 뜻하는 한자 鰯(약)은 물고기 어(漁) 변에 약할 약(弱) 자를 더한 상태다. 정어리는 비늘이 쉽게 벗겨져 잡아 올린 후에 상처가 잘 난다는 이유에서 유래한 글자다. 사실 비늘이 쉽게 떨어지는 특성은 정어리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정어리의 비늘은 광택이 강해 반짝반짝 빛나 보인다. 반짝이는 비늘에 천적이 정신을 빼앗기도 있는 사이 정어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도망친다. 전갱이를 뜻하는 한자 鯵(소) 자는 물고기 변에 무리를 뜻하는 삼(參) 자를 더해 쓴다. 전갱이 역시 적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떼를 지어 다니는 약한 물고기다.

청어, 고등어, 정어리, 전갱이 등의 공통점은 등이 파랗고 반짝인다는 것이다. 갈매기 같은 천적 물새들이 하늘에서 내려다봤을 때 바다의 푸른빛에 녹아들어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다. 반면 배는 흰색이라 바다 밑에 사는 천적인 대형 물고기나 돌고래 등이 올려다봤을 때 눈부신 햇살을 받은 희뿌연 해면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등푸른 생선이라 부르는 어류들은 모두 몸을 지키기 위한 보호색을 두르고 있는 셈이다.’ (35~37쪽, 일부 수정)

떼를 지어 바다를 헤엄치는 모습 속에 이렇게 절실한 생존 전략이 숨어 있었다니, 놀랍고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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