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는 서점 부도...영업자는 고달프죠"
"느는 서점 부도...영업자는 고달프죠"
  • 북데일리
  • 승인 2007.04.0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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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뛰는출판인④] 을유문화사 허삼택 국장

※국내 유일의 책 전문 뉴스사이트 북데일리는 ‘베스트셀러 기획자’ 연재 인터뷰에 이어 출판영업인의 목소리를 담은‘발로 뛰는 출판인’을 게재하고 있습니다. 현장 영업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출판시장의 흐름과 한 권의 책이 태어나기까지의 흥미진진한 과정을 듣는 자리를 마련 합니다. - 편집자 주

“서점이 공중분해 되면 책임은 모두 출판사 몫입니다. 신용만으로 책을 맡기는 위탁판매제도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합니다”

[북데일리] 61년 전통의 출판사 ‘을유문화사’와 40년 고락(苦樂)을 함께 해 온 허삼택(65)국장. 그가 위탁판매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위탁판매란 출판사가 서점에 외상으로 책을 주고 그만큼 돈을 정산하는 제도.

최근 한국출판영업인협의회 사무실에서 만난 허국장은 “아무런 장치 없이 책을 내놓다보니 서점이 부도를 맞을 경우 모든 책임은 출판사의 몫”이라며 “이에 대한 제도적 마련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온라인서점, 대형서점의 확장으로 인한 중소형 서점의 몰락을 배경으로 한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발간한 ‘2006 한국출판연감’에 따르면 전국의 오프라인 서점 수는 2003년 3천589개에서 지난해 3천429개로 160개 줄었다.

서점 부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대책마련 시급

허국장은 “오프라인 서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줄다 보니 부도를 맞는 서점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그 과정에서 가장 시달리는 것은 바로 영업자”라고 전했다.

허국장에 따르면 서점이 부도를 맞을 경우 최소한의 금액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가 일부에 한해 시행되고 있다. 문제는 보증금액이 미미 한데다 그 조차 대형출판사에 국한 되고 있다는 것. 1천만원에서 2천만원에 달하는 외상에 받을 수 있는 보증금은 겨우 100만원에서 200만원 사이. 중소형출판사의 경우 이 조차 받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출판 영업자들에게 이직이 많은 것 역시 이에 기인한다. 영업자가 두 번, 세 번 부도를 맞다 보면 이에 대한 부담감으로 회사를 옮기는 경우가 많다고. 허국장은 “만날 때 마다 명함이 바뀌는 후배들을 보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며 “그런 어려움을 겪을수록 더 잘해보겠다는 결심과 각오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건넸다.

허국장은 이어 온라인 서점에 관한 견해도 전했다. 경품, 할인이벤트, 1+1 등 과도한 경쟁만 없다면 정보제공자로서의 역할은 긍정적으로 평가 할 만 하다는 것. 그는 “온라인서점이 아니라면 지방 독자에게 신간정보를 전해 줄 방법을 찾기 힘들 것”이라며 “유통질서의 문제만 아니라면 독서진흥차원에서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출판, 대인관계에 승부 걸어야

허국장은 출판을 일컬어 ‘대인관계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일’이라 정의했다. 그는 “상대방과 관계를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어야 진실한 대화가 오고 간다”며 “안 된다고 생각하면 넘지 못하지만 된다고 생각하면 어떤 산이든 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허국장이 20년간 투신해 온 분야는 ‘특판영업’.

특판영업은 미팔군, 관광공사, 군납, 외교통상부 등을 주무대로 한다. 출입이 까다로운 육군본부를 포함해 의사소통이 힘든 미팔군까지. 영업이 쉽지 않은 곳만 찾아다녔다, 그러다 보니 출입통제시간이 엄격한 육군본부에서 시간을 어겨 진술서를 써야 했던 일, 대화가 통하지 않는 미팔군 담당자에게 책을 팔아야 했던 일 등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많았다.

허국장은 “군납 하는 15년간 수차례 담당자들이 바뀌었다”며 “영업은 상대가 도와주지 않고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니 만큼 사람과 사람사이의 신뢰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업자가 갖추어야 할 성공포인트로 성실과 화술력을 꼽았다. 이에 상대에게 변함없는 인간미를 갖추었다면 금상첨화. 40년간 현장 책쟁이로 살아온 그가 건넨 조언이다.

그는 책 읽는 문화가 조성되지 않는 현실에도 깊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레저시설, 영상문화가 발달하면서 책 읽는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지금, 국가차원의 독서진흥사업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반딧불을 벗 삼아 책을 읽던 선조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뜁니다. 형광등 아래서도 책을 펴지 않는 지금 세대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현 출판계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저작권보호기간 연장으로 제2의 진통을 앓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출판지식산업 육성방안은 `허울좋은 달래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시점에서 불거진 허국장의 목소리는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40년 출판영업자의 강경한 외침, 신중히 곱씹어 볼 때다.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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