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 예술인가 포르노 소설인가
롤리타, 예술인가 포르노 소설인가
  • 북데일리
  • 승인 2007.04.0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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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책 <롤리타>(민음사. 1999)가 문학사에서 비중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롤리타 신드롬’이나 ‘님펫’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만큼 유명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혹 금기시되어온 소아성애 때문은 아니었을까.

실제로 사회 속에서는 소아성애가 널리 행해졌을지 모르지만 사람들은 애써 시치미를 뗐을 것이다. 그것을 과감히 수면위로 터뜨려버린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동기에 관심이 간다. 법률적으로는 소설의 두 주인공인 험버트와 롤리타는 부녀간이었다.

이런 금기를 깬 소재를 가지고 책을 냄으로써 작가는 출판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출판된 이후에는 전 세계에 1500만부가 팔렸다고 하니 문학적으로나 상업적으로 성공한 책이다.

이 책은 쉽게 읽히지 않았다. 분량도 400쪽이 넘지만 어찌 보면 지루하기까지 한 부분도 있었다. 끝까지 읽은 이유 중 하나는 이 책이 세계명작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은 또 다른 이유. 뒤로 가면서 책이 주는 메시지를 파악하게 되었다. 책은 추리소설과 같은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문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저자의 단어 조어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원서를 본 것은 아니지만, 번역자의 각주에 의하면 그는 자신의 모국어도 아닌 영어로 독자들에게 언어의 유희를 보여주고 있다. 역자의 친절한 해석이 없다면 아마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 남자주인공인 중년의 험버트는 진정 롤리타를 목숨을 걸고 사랑했다. 하지만 롤리타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다. 여기에서 나는 사랑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하고 생각했다.

과연 사랑이란 상호교감과 마음속의 교류가 있어야만 사랑인가? 그러면 외사랑은 사랑도 아니란 말인가? 이 정의에 의한다면 험버트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그것은 병적인 집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방적인 사랑도 사랑이라고 한다면 험버트의 사랑은 이런 모습일 것이다. 평론가 트릴링은 이 소설을 성에 관한 얘기가 아니라 사랑에 관한 얘기인 것 같다고 말하는 것으로 봐서는 험버트의 경우도 사랑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소설은 포르노 소설인가? 나는 아니다라고 대답하고 싶다. 이 책이 단순한 포르노 소설이 아니란 증거는 포르노그래피적인 구체적인 성적 묘사가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을 포르노 소설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독자들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또 다른 그림은 아닐까? 어쩌면 저자는 이것을 노렸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상업적인 성공의 비결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소설의 전체적인 줄거리가 배심원들에게 자신을 변호하거나 과거를 회고하는 식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주인공인 험버트의 심리묘사 위주로 되어있다.

상황묘사보다는 심리묘사에 비중을 두다보니 이런 점이 독자들에게 어려움을 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러한 점이 다른 소설과 차별화되는 점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어린 여자와 결혼하는 경우는 대단히 많은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경우만 한 번 살펴보자. 영조의 계비인 정순왕후 김씨는 66세의 영조와 혼례를 올릴 때에 열다섯 살에 불과했다. 나이차가 51년이니 할아버지와 손녀와 같은 관계였다.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는 서른 살의 나이에 열네 살의 프리실라와 결혼했다. 코미디 배우 찰리 채플린은 스물아홉 살 때에 16세의 여배우 밀드레드 헤리스와 결혼했으며, 36세 때에 역시 16세의 여배우 리타 그레이(릴리타)와 결혼했으며, 54세 때엔 18세의 우나 오닐과 결혼했다. 그리하여 소설 롤리타의 주인공이 혹시 채플린이 아니냐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그는 어린 소녀와 결혼을 여러 번했다.

미국 영화감독이자 영화배우 우디 앨런은 열여섯 살의 순이와 결혼함으로써 아내인 영화배우 미아 패로우와 헤어졌다. 1977년 깐느 영화제에서 열다섯 살의 여배우 나스타샤 킨스키를 옆에 끼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이렇게 대답을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난 어주 어린 소녀들이 좋아요”. 이 사람이 바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다.

자! 나이어린 여자와 결혼하는 것이 그리 적지는 않다고 보이지 않는가!

남자가 여자를 선택하는 기준 중의 하나는 여자의 어린 나이이다. 어리다는 의미는 남자를 위해 많은 자녀를 낳아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생각해보라 25세의 신부보다 15세의 신부가 남편의 아이를 10년이나 더 낳아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점 때문에 인류는 오래전부터 나이 어린 여자를 선호했다고 생물학자들은 분명이 얘기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여자들은 어리게 보이기 위하여 화장을 하고 성형수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국내에서도 여자 연예인들의 데뷔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가? 또 한국이나 일본에서 여학생들이 경제적인 이익을 대가로 중년남자와 사귄다는 ‘원조(援助)교제’도 일종의 롤리타신드롬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다 읽고는 과연 저자인 나보코프의 일생이 어떠했는지가 궁금해졌다. 이 소설의 내용이 혹시 그의 실제 경험에 의한 것이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의 실제 삶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저자의 후기에 보면 “그리고 님펫에 관한 것 말고도 내가 그(험버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많다”고 표현하고 있다. 즉 저자는 자신이 소아성애자가 아니라고 고백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철저히 픽션을 쓴 것임에도 독자들이 겸험이 뒷받침된 책이라고 생각할 만큼 나보코프의 리얼리티에 빠져 들어가 버린다.

이 책을 읽다보면 나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는 아마추어 인시류학자(나비와 나방을 연구하는 사람)였다고 한다. 나보코프는 생물학 분야에서 정식 교육을 이수한 것은 아니었지만, 1940년대에 이미 남아메리카의 가장 외진 지역에 서식하는 다양한 나비 무리를 아우르는 명칭인 ‘블루’의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었다.

최근 나보코프의 이런 나비 연구결과를 보여주는 ‘나보코프 블루스’라는 책이 나왔다는 것을 신문을 통해서 보았다. 나비란 동물이 어쩌면 사랑을 옮기는 동물이 아닌가! 이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나는 가장 인시류학이 가장 나보코프다운 연구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것은 나의 지나친 착각인가?

[이동환 시민기자 eehw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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