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편지 '농촌그림에 향수냄새가 나서는 안돼'
고흐의 편지 '농촌그림에 향수냄새가 나서는 안돼'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5.1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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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고흐, 영혼의 편지』중에서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책으로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과거의 기록도 그렇다. 현재가 아닌 과거의 일들은 누군가 남겨놓은 글로 알 수 있다.

빈센트 반 고흐는 동생에게 쓴 편지 『반고흐, 영혼의 편지』에 자신의 그림을 설명했다.「감자 먹는 사람들」에 대한 부분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놀랍다. 1885년에 미래를 내다 본 쓴 글은 예언이라 봐도 좋다. 고흐의 글 읽고 그림을 다시 보니 작품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 짐작할 수 있다.

                              그림 = 고흐 '감자 먹는 사람들'

‘나는 램프 불빛 아래에서 감자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 접시로 내밀고 있는 손, 자신을 닮은 바로 그 손으로 땅을 팠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려고 했다. 그 손은, 손으로 하는 노동과 정직하게 노력해서 얻은 식사를 암시하고 있다. 이 그림을 통해 우리의 생활방식, 즉 문명화된 사람들의 것과는 상당히 다른 생활방식을 보여주고 싶었다.

사람들이 영문도 모르는 채 그 그림에 감탄하고, 좋다고 인정하는 것이 내 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일이다. 그것을 위해 겨울 내내 이 직물을 짜낼 다양한 색채의 실에 손을 쥐고서, 그 결정적인 짜임새를 찾아왔다.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고 거친 모양을 한 천에 불과하지만, 그 천을 짠 실은 섬세하게, 그리고 특정한 규칙에 따라 선택되었다.

언젠가는 「감자 먹는 사람들」이 진정한 농촌 그림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감상적이고 나약하게 보이는 농부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대상을 찾겠지. 그러나 길게 봤을 때는 농부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달콤하게 그리는 것보다, 그들 특유의 거친 속성을 살려내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다.

여기저기 기운 흔적이 있고 먼지로 뒤덮인 푸른색 스커트와 상의를 입은 시골 처녀는 날씨와 바람, 태양이 남긴 기묘한 그늘을 갖고 있을 때 숙녀보다 더 멋지게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숙녀들이 입은 옷을 걸친다면, 특유의 개성은 사라져버릴 것이다.

또한 농부는 일요일에 교회에 가려고 신사복을 차려입었을 때보다 작업복을 입고 밭에 나가 있을 때가 더 좋아 보인다. (중략) 그러나 어떤 일이 있어도 농촌생활을 다룬 그림에서는 향수냄새가 나서는 안 된다.’ (121~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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