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덕 일기는 한 권의 역사책
이오덕 일기는 한 권의 역사책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05.12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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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땅이 될 것이다>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 “아버진 암이래요.” “그래? 짐작했다. 울지 마라. 조금도 슬퍼하지 마라. 내가 살 만큼 살았고, 제 올 것이 왔을 뿐이다. 나는 조금도 편안한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부디 생각을 바꿔라.”

2003년 8월 14일, 고(故) 이오덕 선생님이 암 선고를 받은 순간이다. 검사 결과를 듣고 나온 아들이 문간에서 아버지를 붙잡고 퍽퍽 울었다. 그러나 자기 죽음을 선고받은 선생님은 의연했다. 돌아오는 길 아들에게 향후 신변 정리 방향을 일러둔다. 그로부터 아흐레 새벽. 한국의 교육자이자 아동문학가, 우리말 연구에 힘썼던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이오덕 일기 <나는 땅이 될 것이다>(양철북.2015) 3부 끝자락 이야기다. 책은 몇 년 전 이미 다섯 권으로 출간된 <이오덕 일기>를 다시 살펴 새롭게 펴낸 책이다. 가시기 이틀 전까지 펜을 놓지 않으셨고 책은 21일 자 일기가 마지막이다.

1962년 교사로 재직하면서부터 작고하실 때까지의 기록이니 일기를 통해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만나는 것도 어색하지 않다. 실제 책에는 가난하고 힘없는 농민들을 투표 현장에 몰아넣으며 끊임없이 이뤄지는 부정 투표 현장을 이야기했고, 끔찍하고 잔혹했던 5.18 민주와 운동의 참상도 기록됐다.

생전 50권이 넘는 책을 펴냈고, 대부분 우리 말과 글, 글쓰기 교육에 관련된 서적이다. 무엇보다 바른 교육을 평생의 화두로 삼았던 시대의 스승이 말하는 교육관은 우리 가슴을 두드린다. 당대 교육 현실에 대한 비판과 성찰은 여전히 우리에게 적용되며, 이를 통해 우리 모습과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더 명확히 바라볼 수 있다.

42년의 기록. 책은 역사는 기록하는 사람이 주인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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