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 묘사의 달인 '애거사 크리스티'
내면 묘사의 달인 '애거사 크리스티'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5.08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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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읽으면 좋은 소설 <딸은 딸이다>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 엄마에게 딸은 가장 좋은 친구다. 딸에게도 그럴까? 딸은 엄마가 여자가 아닌 엄마로만 살기를 바란다. 억지라는 걸 알면서도 엄마가 여자로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철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애거사 크리스티 <딸은 딸이다>(포레.2014) 속 모녀처럼 말이다.

  남편과 사별한 젊은 앤에게 딸 세라는 전부다. 대부분의 어머니가 그렇듯 딸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존재한다고 믿는다. 딸도 그런 사랑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앤에게 찾아온 사랑을 세라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단순한 질투라 할 수 없는 심각한 세라의 반대로 앤의 인생에 재혼은 없던 일이 되었다. 엄마를 향한 세라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앤과 세라와의 관계는 점점 틀어진다. 시간이 갈수록 서로의 영역을 고수하며 진심이 사라진 대화가 오간다. 잦은 외출을 하는 앤, 사랑이 아닌 조건으로 남자를 만나는 세라. 둘 사이를 지켜보는 심리학자이자 세라의 대모 로라는 앤에게 세라의 결혼에 대해 조언한다. 그러나 앤은 그건 세라의 선택이라며 거부한다. 결국 세라는 여성편력이 강한 남자와 결혼을 감행한다. 모두가 예상했듯 세라의 결혼생활은 불행한 결말로 이어진다. 세라는 자신의 선택을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는 엄마를 원망한다. 모녀는 같은 상처를 갖게 된 것이다. 엄마와 딸이라서 가능한 감정싸움일까?

 ‘높은 공장들과 네온 전등을 밝힌 건물들 앞을 빠르게 달려 사람들이 사는 단정한 주택가를 지났다. 저곳에서 어머니와 딸, 아버지와 아들, 남편과 아내, 모두 제각각의 문제를 안은 채 다투고 화해하며 살아가고 있겠지. ‘나와 똑같이’라고 앤은 생각했다. 앤은 그런 유대감을, 인간에 대한 사랑과 이해를 느꼈다…… 그녀는 외롭지 않았다. 외로울 수가 없었다. 그녀와 비슷한 사람들이 같은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309쪽)

 갈등과 반목이 반복되면서 앤과 세라는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각자의 삶을 응원한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내면 묘사는 무척 놀랍다. 여자의 갖가지 마음을 전부 옮겨놓은 듯하다. 앤과 세라뿐 아니라 심리학자인 로라를 통해 삶을 통찰하는 여성의 시선을 보여준다. 앤과 세라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의 모든 부모와 자식을 생각하게 만든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관계. 속상한 마음을 풀지 못해 서먹한 엄마 혹은 딸에게 선물해도 좋을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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