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명문장] 섬, 이별과 쓸쓸함만큼은 풍족한 곳
[책속 명문장] 섬, 이별과 쓸쓸함만큼은 풍족한 곳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4.28 2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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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훈의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중에서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 바다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작가가 된 한창훈. 산문집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고유서가. 2015)엔 바다와 섬 이야기가 가득하다. 섬에 대한 그의 시선은 특별하다. 주위가 수역으로 완전히 둘러싸인 육지의 일부인 섬을 이렇게나 다양하게 표현하다니, 진정 섬을 사랑하는 작가다. 파도, 바위, 태풍 정도로 섬은 어디에도 없다. 고유한 생명체로 느껴질 정도다.

  ‘섬은 푸른 바다 한가운데 익사 모면할 정도의 몇 뼘의 땅. 광활한 수평의 세상을 버티고 있는 수직의 장소. 방파제를 넘어 달려드는 거대한 파도와 초속 30미터의 강풍. 어부의 죽음. 가지가 한쪽으로만 늘어나버린 팽나무. 단 한 뿌리라도 더 캐려다가 비탈에서 떨어져버린 아낙. 살아남은 자들의 깊은 주름. 급경사의 밭. 끝없이 이어지는 일. 이젠 됐다 툭, 떨어지는 동백꽃.

 바다와 바람 외에는 모든 결핍의 장소. 이별과 쓸쓸함만큼은 풍족한 곳. 사람도 섬을 닮아버린다. 각자 독립된 고립이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풍경이 된 채 달이 가고 해가 바뀐다. 섬은 고독을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견디기 힘들다.’ (80쪽)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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