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생명을 끝내지만 관계까지 끝내는 건 아니다
죽음은 생명을 끝내지만 관계까지 끝내는 건 아니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4.27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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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 죽음을 소재로 한 소설이나 에세이가 많다는 건 우리 삶에 죽음이 자치하는 비중이 크다는 증거 인지도 모르겠다. 잘 알려진 대로 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살림출판사.2010)은 진단 이후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며 죽음을 맞이하는 루게릭 병에 걸린 모리와 그의 제자 미치가 화요일마다 만나 함께한 이야기다. 진부한 표현을 빌리지만 죽음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삶 속에 죽음이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모리 교수의 “죽음은 생명이 끝나는 것이지 관계가 끝나는 것이 아니네.” (240쪽) 말처럼 말이다.

  무엇에 향해 달리는지도 모르면서 바쁘게 살아가던 미치가 죽음을 마주할 수 있었던 건 루게릭 병을 앓는 은사가 방송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졸업 후 성공과 명예를 바라보며 살아가던 미치에게 은사의 소식은 충격이었다. 16년 전 강의를 들었던 시절로 돌아가 다시 모리를 찾고 화요일마다 수업을 듣는다. 죽음을 곁에 둔 모리의 표정을 밝았고 그는 예전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평온한 일상을 살고 있다.

 “죽어 가는 것은 그저 슬퍼할 거리에 불과하네. 불행하게 사는 것과는 또 달라. 나를 찾아오는 사 람들 중에는 불행한 사람이 아주 많아.”

 “ 왜 그럴까요?”

 “글쎄, 무엇보다도 우리 문화는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네. 우린 거짓된 진리를 가르치고 있어. 그러니 스스로 제대로 된 문화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그것을 굳이 따르려고 애쓰지 말게. 그것보다는 자신만의 문화를 창조해야 해.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못하네. 그래서 그들은 나보다 훨씬 더 불행해. 이런 불편한 상황에 처한 나보다도 말이야.” (71쪽)

  한 주 한 주 만남이 이어질 때마다 모리의 병세는 악화되었지만 미치에게 들려주는 인생의 조언은 더욱 절실했고 강력했다. 모리 교수는 죽음, 두려움, 탐욕, 가족, 용서 등 미치의 질문에 자신의 지난 생을 돌아보며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생이 성공과 실패로 나눠지지 않는다는 사실, 가장 가까이 있는 소중한 사람들, 빨리 가느라 놓치는 것들, 누구나 살면서 겪는 다양한 선택과 고민들에 대해 돌아보게 만든다.

  “가족이 거기에서 자신을 지켜봐 주고 있으리라는 걸 느끼는 게 바로 정신적인 안정감이야. 가족 말고는 세상의 그 무엇도 그걸 줄 수는 없어. 돈도, 명예도.” (141쪽)

  죽음을 시작으로 삶을 보여주는 이야기. 진짜 삶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라 감동은 배가 된다.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진리가 이 책에 있다. 진정한 스테디셀러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이유가 충분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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