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생을 찾는 사람들
사막에서 생을 찾는 사람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4.22 17: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미경의 <아프리카의 별>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 정미경 장편소설 <아프리카의 별>(문학동네.2010)은 사막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다. 그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 그곳의 매력에 빠져 몰려드는 사람, 잠시 머무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사막의 풍경과 그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죽음의 광장이라 불리는 모나코의 자마 알프나 광장을 배경으로 시작하여 바바, 보라, 승, 로랑의 네 사람의 이야기를 교차로 들려준다.

 생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해도 좋을까. 승은 아내와 친구에 배신을 당한 뒤, 한국을 떠나 딸 보라와 함께 그들을 찾아 이곳으로 왔다. 승의 삶엔 오직 분노와 복수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의 흔적을 따라 사막을 헤매는 승은, 때때로 사막의 모래폭풍과 사막의 밤하늘에 위로 받고 있었다. 그러나 돌아보면 자신을 가득 채운 건 여전하게 증오였다. 그런 아빠를 바라보며 보라는 어떤 질문도, 어떤 투정도 하지 않는다. 낯선 곳에서 그저 살아갈 뿐이다. 열여섯 살 보라에게 삶은 아무런 대답도 들려주지 않았지만 뜨거운 열기와 낯선 이방인들 속에서 스스로 답을 찾는다.

 바바는 여행객에게 헤나를 그려주는 보라에게 유일한 친구다. 보라가 새침하고 쌀쌀맞게 대해도 좋았다. 보라를 웃는 일이라면 그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었다. 그게 자신을 버리는 일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바바에게 보라는 사랑이었다. 승이 사막으로 가이드를 떠나고 혼자 남겨진 보라 역시 바바가 있어 그곳을 견딜 수 있었다.

 사막의 아름다움에 매혹된 남자 로랑은 연인이 죽자 더 자주 그곳을 찾았다. 스스로가 아름다움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지만 사막이 주는 황홀함과는 달랐다. 사막에 숨겨진 옛 문화유적, 보물들을 소유하는 것으로 그리움을 달랜다. 저마다 다른 이유가 있었지만 결국 네 사람 모두 누군가를 그리워했고 사막을 사랑하고 있었다.

 바바와 보라, 승과 로랑은 서로가 모르는 사이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었다. 그것은 아름답고 고귀한 유물에서 시작되었지만 결국 인간의 욕망은 아니었을까. 바바에겐 보라를 향한 사랑의 표현으로, 승에게는 사막을 떠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로랑에겐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위한 해소로 말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사막의 풍경은 때로 지독하게 외로웠고 쓸쓸했으며 때로 혼을 빼놓을 만큼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려 모여든 다양한 사람들이 만드는 또 다른 풍경은 낯설면서도 낯익었다. 어쩌면 사막은 무언가를 잊기 위해,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기 위해, 혼자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가장 적절한 공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사하라란 ‘아무것도 없는’ 이란 뜻이지.

 움직이는 건 아무것도 없다. 누렇게 뜬 사막풀마저 죽은 듯 모래에 발을 묻고 물이 있는 곳으로 실어다줄 저녁바람을 기다린다. 모래색뱀과 붉은 전갈도 한 조각 그늘을 찾아 필사적으로 몸을 감추었다.

 완전한 고독과 적막.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는 곳.’ (102쪽)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