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명문장] 정오의 사막은 붉은 분홍
[책속 명문장] 정오의 사막은 붉은 분홍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4.22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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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의 <아프리카의 별>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 붉고 강렬해서 손을 대면 데일 것 같은 표지다. 이처럼 표지는 책의 첫인상이 된다. 읽기도 전에 정열의 아프리카를 상상한다. 정미경의 『아프리카의 별』(문학동네.2010)은 시작도 뜨겁다. 선글라스를 끼고 읽어야 할 것처럼 열기를 뿜어내는 문장이다.

 ‘정오의 사막은 붉은 분홍이다.
이 시간엔 부러 그러지 않아도 눈을 가늘게 뜨게 된다.
천지는 고요하고도 소란하다. 와랑와랑.
햇빛은 희게 빛나는 동시에 속삭이며 부서진다. 모래가 잔뜩 삼킨 열기운을 붉게 토해내면 대기는 부옇게 산란하며 뒤챈다. 더는 못 견디겠다는 듯.

 끝이 부러져나간 붉은 사암기둥. 무너진 벽과 돌더미 들. 폐허는 장엄해서, 은성했던 시절을 상상하는 게 어렵지 않다. 시간의 지층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원형 경기장의 돌기둥 사리로 검투사든 굶주린 사자든 거친 무언가가 금세라도 달려나올 것 같다.’ (7쪽)

 어느새 나도 모르게 사막의 정오를 상상한다. 붉고 뜨거운 기운이 감도는 사막, 이처럼 황홀하게 묘사했지만 숨이 막힌다. 독자를 압도하는 문장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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