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꽃이 피고 물고기가 노니는
글 꽃이 피고 물고기가 노니는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4.21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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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정태련의 <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 ‘진정한 적은 언제나 바깥에 있지 않고 안에 있다. 우리 안에 우리의 적이 있고, 당신 안에 당신의 적이 있으며, 내 안에 나의 적이 있다. 그것부터 찾아서 섬멸하지 않으면 세상과 당신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62쪽)

<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해냄출판사. 2014)은 이외수의 글과 정태련 화백의 그림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세밀하게 그려진 꽃과 물고기는 보는 이의 기분을 맑게 만든다. 투명한 물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를 상상하게 만들고 향기가 날 것 같아 그림 가까이 코를 대게 만든다. 어떤 글은 고개를 끄덕이고 어떤 글은 놀라기도 하고 어떤 글은 갸웃거리게 된다.

 ‘무엇이든 돈으로 계산하는 사람은 가까이하지 않는 편이 좋다. 당신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돈으로 볼 테니까. 막상 그 사람을 돈으로 계산한다면 한 푼 어치의 가치도 없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남을 위해서는 한 푼도 베풀지 않는 수전노일 테니까. 돈에도 암수가 있었으면 좋겠다. 따뜻한 이불 속에 암수를 재우면 몇 마리씩 새끼가 태어나는 세상. 모든 동물의 새끼는 모두 이쁜데 돈새끼는 특히 더 예쁘겠지. 돈에도 암수가 있어서 새끼를 치는 세상이 온다면 사람들은 서로 사랑만 하면서 살 수 있을까.’ (204쪽)

 돈이 전부가 되어버린 세상, 작가의 바람대로 돈이 새끼를 치는 세상이 오면 우리는 사랑만 하면서 살게 될까. 작고 앙증맞은 돈새끼라니, 정말 기발한 발상이다.

 ‘사랑은 나무 같아서 때로는 꽃 피고 때로는 열매 맺고 때로는 단풍 들고 때로는 낙엽진다. 사랑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어서 철에 따라 황홀함과 쓰라림이 동반된다. 비록 못 견디게 아파도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279쪽)

 살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일들, 그 모든 것을 먼저 경험한 작가는 다 괜찮다는 듯 말한다. 아니, 어떤 상황이 닥쳐도 희망을 가지라 조언한다. 자기 자신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한 시대에 필독할 글이 많다. 문장마다 쓰러진 누군가에게 일어설 수 있는 손이 되고 싶은, 지팡이가 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담겼다. 빼놓을 수 없는 그림, 정말 예쁘다. 펼치는 곳마다 글 꽃이 피고 물고기가 노니는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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