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성 아나운서 "최고 `말짱` 요건은 공감대"
김은성 아나운서 "최고 `말짱` 요건은 공감대"
  • 북데일리
  • 승인 2007.03.2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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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국내박사 1호`. 아나운서 김은성을 따라 다니는 수식어다. 그는 2001년 경희대 대학원에 입학해 저널리즘 석사,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박사학위를 받았다. 남들보다 빠른 5년 만에 이뤄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얻은 결과이기에 빛을 발한다.

현재 김은성은 KBS 1TV `5시 뉴스`를 진행하며, 경희대 한국외국어대 등에서 스피치 강의를 맡고 있다. 학업은 마쳤지만 여전히 방송국과 학교가 주 활동무대다.

바쁜 와중에도 박사학위 논문을 한 권의 책으로 재탄생시켰다. <마음을 사로잡는 파워스피치>(위즈덤하우스. 2007)가 그것.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딱딱한 글을 가볍게, 전문적인 내용을 보다 쉽게 풀어 썼다.

최근 KBS에서 만난 김은성은 “말을 잘하기 위해서 어떤 훈련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스피치와 관련된 모든 요소를 한 권에 정리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책은 상대에게 신뢰를 주는 음성, 발음, 콘텐츠(내용), 몸짓언어, 외모.외형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성신여대 손석희 교수는 “실제의 예와 저자의 경험 등이 녹아 있어 쉽게 와 닿는 면이 많다. 책의 구성도 스피치의 각 분야 별로 방법론을 제시해왔던 관례와는 달리 시작부터 끝에 이르는 과정이 잘 연결되어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고 평했다.

실용적인 지침으로 채워진 책에서 흥미를 끄는 부분도 있다. 논문 기초자료로도 사용했던 ‘아나운서들이 선정한 말 잘하는 방송인’에 관한 이야기다.

“아나운서는 말하는 것이 직업인 스피치 전문가라고 할 수 있죠. 그들이 말 잘하는 사람을 뽑는다면 어느 정도 객관성을 지닌 자료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KBS 아나운서 66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시사.교양 부문에서는 손석희가 쇼, 오락 부문에서는 유재석이 각각 1위로 꼽혔다. 이는 스피치의 구성요인이 단순히 ‘말’ 하나만이 아님을 보여준다. 설명하자면 이렇다.

손석희는 콘텐츠-음성-몸짓언어-외모.외형 순으로 강한 면모를 드러냈다. 날카롭게 쟁점의 핵심을 파고드는 말솜씨, 정확한 발음과 절제된 제스처, 외모에서 풍기는 카리스마가 종합돼 높은 점수를 얻었다.

유재석은 2위인 김제동과 득표 수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사실 화술만 놓고 보자면 김제동이 더욱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유재석의 강점은 시의적절한 유머, 참신한 아이디어, 좋은 목소리 등이다. 무엇보다 ‘망가짐’도 불사하는 열정적인 태도가 감탄을 넘어 감동을 준다. 즉 유재석은 말 이외의 스피치 구성요인들이 탁월하게 발휘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김은성은 “단순히 말만 뻔지르르하게 잘한다고 해서 좋은 스피커(speaker)가 아니다. 4가지 요소가 어우러져 상대에게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조하고 싶은 스피치 방법 역시 상대와의 공감대 형성이다.

“대화는 나의 ‘배설’이 아닙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죠. 스피치의 목적은 ‘설득’에 있습니다. 일상적인 대화부터 강의, 토론, 프리젠테이션에 이르기까지 상대의 마음을 열고, 자신의 입장을 전달해야 하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나는 ‘언더그라운드’ 아나운서”

김은성이 국내 최초로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박사 학위를 받으며, 스피치 전문가로 인정 받기까지 남모를 사연이 숨어있다.

“제가 10년간 뉴스앵커로만 활동했습니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알려진 아나운서가 아니죠. 저 같은 ‘언더그라운드’ 아나운서에게는 본인이 열심히 노력하면 생명력이 길다는 믿음이 있어요.”

하지만 입사 3년 차가 되던 2000년, 믿음이 깨져버렸다. 당시 김은성은 라디오에서 20분짜리 경제프로그램을 단독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작가도 없이 온전히 혼자만의 힘을 이끌어가야 했던 방송. 다행히 광고가 하나 둘씩 붙으며 다음 개편에 확대편성 된다는 희소식이 들려왔다.

막상 뚜껑이 열리자 진행자가 교체돼 있었다. 그가 아나운서 초년병인데다가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였다.

“그 때 깨달았죠. 아나운서로 오래 방송을 한다고 해서 나의 전문성이 확보되는 건 아니구나. 홧김에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웃음)”

다소 충동적인 결정으로 시작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학업에 임했다. 일주일에 2.3일, 오전에 수업을 듣고 오후에 방송을 한 후 다시 학교로 가는 생활을 5년 간 지속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머리가 잘 안 돌아가더라고요. 집중하기도 쉽지 않고...”

김은성이 만학의 어려움을 해결한 방법은 단순하다. 1시간 공부, 30분 휴식이라는 나름의 원칙을 세웠다. 단 정해놓은 1시간 동안은 결코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일단은 버티고 앉아있다 보니 서서히 집중의 강도가 높아졌다. 학업에서 톡톡히 효과를 본 후, 집필 시에도 그대로 활용했다.

그가 책에 대해 무한한 애정과 자부심을 지닌 연유도 여기에 있다. 자신의 능력을 믿고, 그에 걸맞은 노력을 기울여 맺은 결실이기 때문. <마음을 사로잡는 파워스피치>는 방송활동 10년, 대학원 공부 5년 동안 얻은 노하우와 지식을 쏟아 부은 책이다.

“내용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 책을 쓰지 않았겠죠. 본인이 신뢰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에게도 신뢰 받을 수 없잖아요? 제 믿음이 독자들한테도 전해질 거라고 믿습니다.”

인터뷰 내내 다부진 어조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 아나운서 김은성. 그야말로 ‘파워 스피커(power speaker)’라 칭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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