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다른 내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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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4.03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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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심리에 대한 이야기, <섬, 짓하다>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반사회적 인격장애 소시오패스가 늘어난다는 말이다. 그들의 심리와 행동을 연구하는 프로파일러들의 활약도 활발해졌다. 사건 해결을 위해 방송에 자주 등장하면서 익숙한 존재가 되었다. 때문에 김재희의 <섬, 짓하다>(시공사.2014)속 프로파일러 김성호는 더 이상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다.

 소설은 성형한 여성을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된 중학생 준희를 김성호가 심문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성형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신상이 공개되고 결국 살해당한 사건이다. 주간파 사이트 회원들이 공모했지만 준희 외에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성호는 형사에게 준희는 범인이 아니라고 말한다. 어떻게든 범인을 잡아야 하는 형사에게 성호의 분석을 무시하고 난감해한다. 풀려난 준희가 자살을 시도하고 주간파 사이트엔 성호의 신상까지 털리고 만다. 자신의 분석에 책임을 느끼는 성호에겐 다른 사건이 주어진다.

 성호가 맡은 일은 삼보섬에 거주하는 여성 3명이 실종된 사건으로 방송으로 여론의 관심이 높아진 사건이다. 성호 혼자가 아니라 용의자가 보낸 편지 필적 감정서를 전할 학예사 여도윤과 함께다. 처음 만난 자리임에도 도윤은 성호의 어린 시절에 대해 물으며 불편하게 만든다. 성호는 추락사고로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이 없다. 기억의 조각이 악몽을 통해 나타나지만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성호가 잃어버린 기억의 진실은 무엇이며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 성호의 어린 시절 친구인 홍태기와 한남기는 누구일까? 사건 해결과 동시에 소설을 이끄는 축은 성호의 사라진 기억이다.

 성호는 실종된 여성의 인적 사항과 실종 당일의 행적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한다. 목격자, 통화목록 등 기초적인 수사가 엉망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 과정에 실종자 한 명을 위한 굿판에서 원혼은 성호에게 대죄를 지었다고 몰아붙였다. 성호는 불쾌한 마음을 감추고 사건에 집중해 섬이라는 제한된 공간을 활용하여 범인의 범위를 좁혀나간다. 독자 역시 성호를 따라 용의자의 행동을 파악해 범인을 가려낼 수 있다.

 김재희의 소설은 범인을 잡는 게 목표가 아니라 범죄자의 심리에 대한 이야기다. 프로파일러 김성호를 통해 감춰진 인간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누가 바도 선량한 남자 김성호도 다르지 않다. 프로파일러 김성호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성형수술처럼 모든 걸 조작하고 감출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김성호에 대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한 이유다.

 ‘크지 않은 키, 호리호리한 체구, 그리고 갸름한 얼굴형에 기름직한 눈, 나직한 목소리. 대학시절 성호가 가끔 상대방을 향해 미소를 지어주면 그들은 안도감과 함께 기뻐하는 것처럼 보였다. 입 꼬리를 들어 활짝 웃어 보인다는 의미의 ‘빅 스마일’이 성호의 별명이었다. 움츠려드는 내성적인 성격을 탈피해보고자 얼굴 근육을 운동시키고 노력해서 지어낸 미소를 그들은 반가워했고, 안정감을 느꼈다.’ (71쪽)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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