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과 양치기 소년의 차이
그린스펀과 양치기 소년의 차이
  • 이경호 기자
  • 승인 2015.03.2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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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위축 시그널에 금리 인하에도 적정성 논란 이유는?

경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소비자물가가 지난 1월 사실상 마이너스(담뱃값 인상분을 제외)에 들어갔으니 지난 12일 한은의 금리인하는 적절한 선택으로 보여집니다. 그럼에도 한은의 독립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그동안 한은의 금리동결 시그널과 다른 선택 때문이겠죠.

얼핏 보면 정부가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춰 정책에 변화를 주는 것, 즉 최선을 택하는 것이 적절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되레 발표한 정책은 끝까지 고수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이득이라고 합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덜 낭비가 된다고 합니다. 

경제학자들이 조사해 보니, 순간 선택을 바꾸는 '재량'을 펴면 정부의 신뢰가 무너져 더 이상 정책의 약발이 듣지 않다고 합니다. 소위 말하는 '양치기 정부'가 된다는 것이죠. 

때문에 '재량'보다는 끝까지 발표한 정책을 고수하는 '준칙'을 선택하는 것이 정부에 대해 시장의 신뢰가 쌓여 정책 효과가 더 크다고 합니다.

과거 우리가 정부를 '양치기 소년'이라고 지적할 때 미국은 경기부양에 성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앨런 그린스펀 연준(Fed) 총재때죠.

그린스펀 전 총재는 금리를 올리지 않고도 시장의 과열을 잠재울 수 있었습니다.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위축되는 부작용 없이도 정책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반대로 금리를 내리지 않고도 경기를 부양할 수 있었고요. 시장이 그의 말, 행동 하나 하나에 앞서 움직였기 때문이죠. 

그린스펀 전 의장이 경기가 과열된 것 같다는 뉘앙스만 풍겨도 시장은 투자를 줄였습니다. 반대로 경기 위축을 암시하는 말 한마디에도 투자에 나섰습니다. 시그널 만으로도 정책 효과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이 미 달러의 거품을 만들었다고 지적을 받지만 그래도 훌륭한 리더였던 것은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그는 시장의 신뢰를 잃지 않았으니까요. 그의 말 한마디에 시장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습니다.

그린스펀의 이런 능력은 '준칙'에서 나왔다고 봅니다. 스스로 자신의 말을 뒤집지는 않았으니요. 그래서 시장은 충실히 따랐고 정책은 목표대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정책에 대한 신뢰라는 관점에서 보면 한은의 이번 금리인하 선택은 실수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렸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앞으로 한은 뿐 아니라 정부의 말도 믿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옛 정부에서 봐왔던 '양치기 소년'의 행동을 되풀이하는 것이죠.

사실 사람의 말도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을 뒤 짚으면 어떻게 그 사람과 일을 하겠습니까.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는 더더욱 신뢰가 중요합니다. 리스크(위험)를 줄이고 투자를 늘리는 것은 결국 믿음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먼저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가계는 소비를 늘리고 기업은 일자리와 투자를 확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올인하고 있는 목표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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