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눈으로 인간 보니 `고것 참 요물일세`
고양이 눈으로 인간 보니 `고것 참 요물일세`
  • 북데일리
  • 승인 2007.03.16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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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인간의 시각으로 고양이를 볼 때, 일부는 `요물`이란 단어를 입에 올린다. 하지만 고양이의 시선으로 인간을 본다면 그들은 과연 우릴 뭐라 부를까.

일본 근대문학의 최고봉 나쓰메 소세키가 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문학사상사. 1997)의 고양이 양반은 인간을 일컬어, `제멋대로고 사치스럽고 오만한 족속들` 이라 한다.

"나는 고양이다. 나의 주인인 구샤미 선생은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다. 주인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서재에 틀어박혀 있기를 좋아해 식구들이나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그가 굉장한 면학가인 줄 알지만, 나의 자유로운 이동력과 관찰력을 이용해 살펴본즉 책장에 침을 흘리며 낮잠만 자는, 또 신경쇠약적 위염을 앓고 있는, 재주도 지혜도 별로 없는 불어터진 국수 같은 인물이다"

"인간이란 동물은 사치스럽기 짝이 없다. 발이 네 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두 개밖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부터가 사치다. 네 발로 걸으면 그만큼 빨리 갈 수 있을 텐데, 언제나 두 발로만 걷고, 나머지 두 발은 선물 받은 말린 대구포처럼 하릴없이 드리우고 있는 건 우습기만 하다"

책은 그렇게 고양이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간 사회의 이면, 자유로운 지식인들의 고답적인 세계와 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고양이를 화자로 내세운만큼 예리한 관찰과 촌철살인의 재담이 뛰어난 작품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책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는 인간들 중 핵심은 세상을 등진 채 살아가는 `지식인`들이라는 것. 군자와 같은 태도로 고고하게 살아가는 지식인들이라면 비판의 대상이 될 리 만무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이들은 `진리추구` `자유의식` 과는 전혀 상관없는 족속들이다. 한마디로, 끼리끼리 모여 언어유희를 즐기며 세상일에 달관한 무능한 지식인들이다.

고집쟁이이자 허영심 가득한 주인집 선생은 물론이고, 자칭 미학자라고 주장하는 허풍선이 메이테이, 결혼하기 위해 박사논문을 준비하면서 그 주제로 잡은 것이 `개구리 눈알의 전동 작용에 대한 자외선의 영향`이라고 밝히는 황당무계한 물리학자 간게쓰 등 등장인물 대부분은 고양이가 보기에 비판하기조차 아까운 `족속`들이다.

비평가들에 따르면, 이러한 족속들은 작품 밖에도 존재한다. 즉, 고양이가 비판하는 그들은 시대의 지식인들을 상징한다. 그들 사이에는 작가 자신이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비판의 정도가 끝이 없다는 얘기다.

이렇듯 시대와 국적을 불문하고 선생이나 메이테이, 간게쓰의 형상을 한 지식인들에 대한 풍자와 비판은, 이 작품에 긴 생명을 부여했다. 작품에서 보여지는 `고양이에 의해서 비판받는 지식인들의 표상`은 우리 주변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월이 지나도 녹슬지 않는 `풍자의식`으로 백 년이 넘도록 꾸준히 사랑받으며 명작이라 일컬어지는 나쓰메 스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일본 근대문학의 정수`라는 자부심이 결코 과장된 평가로 보이지 않을만큼 소설 미학의 절정을 보여준다.

[유인경 기자 vortex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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