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처럼 따뜻한 집을 부탁해
장갑처럼 따뜻한 집을 부탁해
  • 이수진 시민기자
  • 승인 2015.02.0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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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민화를 담은 그림책

[북데일리] <장갑>(에우게니 M. 라초프 그림)은 우크라이나 민화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눈이 펑펑 내리는 날, 할아버지가 산 속에서 실수로 장갑 한 짝을 떨어뜨립니다. 장갑이 포근하고 따뜻해보입니다. 장갑 목부분의 복슬복슬한 털이 섬세하게 그려져 부드러움이 느껴집니다.

들쥐가 제일 먼저 장갑을 발견합니다. 장갑을 눈 때문에 춥지 말라고 나뭇가지 위에 올려 놓았네요. 쥐의 지혜가 엿보입니다. 그리고 사다리도 놓아 두었네요. 올라다니기 쉬우라고. 들쥐는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놓고 쉬고 있는데 개구리 손님이 찾아옵니다. 들쥐는 개구리도 장갑 속으로 들어오라고 합니다.

이후 추위에 떨던 토끼, 여우, 늑대, 멧돼지 손님도 찾아옵니다. 좁지만 행복한 동거를 시작하게 됩니다.

동물 친구들이 모두 밖을 내다 보고 있네요. 또 손님이 찾아온 모양입니다. 등치가 제일 큰 곰이 찾아왔습니다. 작은 장갑은 미어터질 지경입니다. 장갑이 빵빵하게 부풀었고 실밥이 뜯어지기 직전입니다. 장갑에는 창문도 있고 굴뚝도 있네요. 장갑이 무너지지 않게 널빤지를 대어 공간을 만들었네요. 입구에 달린 앙증 맞은 학교종도 있구요. 지붕 위의 개구리도 보이네요. 이미 6명이 꽉 찬 장갑에 곰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이 그림책을 읽으며 '집이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집은 사람냄새가 나야겠죠. 아무리 좋은 집이라도 혼자 살면 무슨 재미가 있겠을까요. 장갑은 마치 '단칸방' 같습니다. 식구들이 볶닥거리며 살던 단칸방. 불편해도 서로의 정(情)을 쌓을 수 있었지요. 그리고 예전에는 이웃이 찾아와도 언제라도 대문을 열어주었지요. 이웃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정도로 허물없이 지내기도 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었죠. 옆집에 놀러가기도 민폐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요즘은 아파트 생활이 많지요. 그래서 이웃을 만나기가 더 어렵습니다. 어쩌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눈인사만 하는 정도가 대부분입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위아래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지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 집 때문에 불안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전세금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습니다. 폭등한 전세금에 서민들은 허리가 휘고, 더 싼 집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은행의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한 사람들은 집값이 떨어질까봐 조마조마하고 청년들은 주거비 부담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입에 풀칠하기도 바쁜데 주거비 걱정에 잠못 이루시는 분들 많을 것 같아요.

주거비 걱정 없고 이웃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장갑처럼 따뜻한 집 없을까요.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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