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해준 토끼고기 스파게티
나를 위로해준 토끼고기 스파게티
  • 정지은 기자
  • 승인 2015.01.21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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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통한 삶의 위로, <어이없게도 국수>

[북데일리] 흔들리고 방황하는 삶 속에서 스스로를 지탱해줄 자기 자신만의 무언가가 있다면 적잖은 위로가 될 것이다. 아마 많은 이들이 그 무언가를 갖고 있을 터이다. 이를테면 기타나 피아노 같은 악기가 될 수 있고, 소설이나 동화 같은 책일 수도 있다. 음식이나 술도 빼놓을 수 없다. 먹고 나면 속이 기분이 전환되는 그런 음식을 ‘힐링푸드’라고 한다.

<어이없게도 국수>(비아북. 2014)의 저자는 그 힐링푸드가 국수다. 열무냉국수, 수제비, 칼국수로부터 시작해서 진주냉면, 안동국시 같은 전통 음식을 거쳐 이름모를 외국음식까지 이른다.

저자의 국수사랑은 나름, 이유가 있다. 냉면의 고향 평안도 출신 조모와 그 유전자를 이어받은 부친 덕분에 ‘혈관 속에 냉면 육수가 흐르는’ 뼛속까지 진정한 모태 면식수행자라는 것이다. 국수가 있는 곳이라면 세상 어느 곳이라도 수행의 장소로 삼으며 하루 한 끼는 반드시 국수를 먹는 투철한 면식 수행의 길을 걸어왔다고 한다. 바둑용어로 치면 ‘여류국수’인 셈이다.

국수에는 저마다 다 사연이 있다. 이중 독자의 시선이 멈추는 글은 ‘서른의 응급처치, 토끼고기 스파게티’다. 당시 그녀는 외국에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였다. 그 때 만난 묘한 이 요리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었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저자와 비슷한 처지에 놓였을 때, ‘토끼고기 스파게티’가 먹고 싶어지지 않을까.

음식은 추억을 부른다. 저자는 국수라는 소박한 음식을 통해 삶의 한 순간을 풀어헤쳐 놓는다. 아마도 삶의 신산함은 모두에게 똑 같을 터. 어떤 이에게는 이 국수가 다른 무엇일 뿐이다. 따라서 저자가 국수와 겪었던 경험과 그로부터 받은 위로는 '내 일'이 된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다음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당신 인생의 국수는 무엇인가요?”

'내 국수' 이야기를 풀어 놓다보면 인생의 의미 하나를 깨달을지 모른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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