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수갑찬 채 길거리에
눈 떠보니 수갑찬 채 길거리에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12.30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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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 팬이라면 읽어야 할 <센트럴 파크>

[북데일리] 어제와는 전혀 다른 오늘을 맞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그러니까 꿈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라면? 작품마다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전하는 기욤 뮈소의 <센트럴 파크>(2014. 밝은세상)는 이처럼 기이한 일로 시작한다.

 주인공 알리스는 분명 파리에서 친구들과 헤어졌는데 눈을 떠보니 뉴욕의 공원 벤치였다. 거기다 옷에는 핏자국이 선명하고 낯선 남자와 함께 수갑을 찬 상태였다. 파리 경찰청 강력계 형사인 알리스는 즉각 총을 찾고 남자를 깨운다. 재즈 피아니스트라는 남자 가브리엘은 아일랜드에서 공연을 마쳤다며 영문을 모른다고 대답한다. 누가 자신을 파리에서 뉴욕의 센트럴파크까지 데리고 왔을까. 가장 필요한 건 휴대폰. 십 대의 휴대폰과 차를 주차된 도난하여 도주한다. 알리스는 파리의 동료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경찰과 추격전을 벌인다.

 그런데 가브리엘이라는 이 남자, 믿어도 괜찮을까? 도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벌인 일일까. 생각의 끝에는 과거 자신이 수사했던 살인 사건의 범인이 있었다. 알리스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상처를 남긴 사건이다. 2년 전 알리스는 범인이 휘두른 칼에 아이를 유산했고 병원으로 오던 남편도 교통사고로 잃었다. 아이와 남편을 잃은 게 자신 때문이라 자책하는 그 후로 알리스에게 삶은 사라졌다. 아무 의미도 찾을 수 없었다. 알리스는 파리의 동료에게 비밀리에 범인의 흔적을 찾으라 부탁한다.

 ‘인생의 수레바퀴는 점점 빨리 돌아간다. 2013년 여름이 시작될 무렵 나는 완벽하게 이전의 모습을 되찾는다. 나는 넘치는 자신감과 강력한 리더십으로 강력계를 이끌고, 그러는 사이 팀원들의 파트너십도 한껏 고취된다. 그 무렵 나는 다시 한 번 아직 삶이 나에게 바라는 게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252쪽)

 소설은 2년 파리의 잔혹한 사건과 현재를 오가며 알리스의 절박한 상황을 보여준다. 알리스는 힘겨운 시간을 견디고 복직 후 겨우 다시 삶을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아무리 생각을 해도 단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가브리엘과 함께 사건을 풀어날 갈 수밖에 없다. 알리스의 손바닥의 숫자와 가브리엘의 팔뚝에 상처로 새겨진 숫자만이 유일한 실마리다. 잠적한 살인사건의 범인이 파리에서 뉴욕으로 도주한 것일까. 숫자가 가리키는 호텔과 우연하게 발견하는 알리스 몸에 박힌 금속의 이물질.

 동료의 도움을 받아 흩어진 퍼즐 조각을 맞추듯 범인을 추적하는 도중 알리스는 어떤 기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가브리엘의 정체가 밝혀진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비밀에 놀라고 만다. 손을 뗄 수 없게 만든 기욤 뮈소의 트릭에 빠져든 것이다. 센트럴파크에서 시작된 치열한 하루를 함께 달린 독자도 마찬가지다. 절망의 순간에 누군가 손을 내민다는 설정이 진부하지 않고 완벽하게 다가온다. 기욤 뮈소의 팬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소설이다.

 ‘우리의 생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때에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리는 순간이 있다. 당신이 지닌 모순, 두려움, 회한, 분노, 머릿속에 들어있는 복잡한 생각을 그대로 인정하고 품어 안아주는 당신의 반쪽을 만나는 순간이 있다. 당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등을 토닥여주고, 거울에 비친 당신의 얼굴을 볼 때마다 더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시켜주는 사람을 만나는 순간이 있다.’ (87쪽)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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