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림이 만난 '꿈꾸는 엄마들'
박경림이 만난 '꿈꾸는 엄마들'
  • 이수진 시민기자
  • 승인 2014.12.2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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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꿈>에서

[북데일리] “무엇을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 다만 늦은 마음이 있을 뿐이다.” -한복디자이너 이영희

<엄마의 꿈>(문학동네.2014)은 방송인 박경림이 만난 이 시대 18인의 인생이야기를 글로 대신한 에세이다. 특별히 이번 책의 인세 수익금 전액은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다.

책은 배우 홍은희, 신은정, 한복디자이너 이영희, 뮤지컬배우 전수경, 영화인 심재명, 쇼호스트 유난희 등 각계각층의 ‘꿈꾸고 일하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회에서 화려하게 이름을 알린 그녀들이기에 그간 감춰왔던 평범한 엄마로서의 삶과 고민, 그리고 꿈에 관한 이야기가 진한 감동과 공감을 더한다.

책에 따르면 한복디자이너 이영희 선생님은 마흔 살까지 평범한 주부였다. 매일 같이 밥하고 빨래하며 여느 주부들과 같았다. 아이들 과외비를 벌어보고자 사촌언니가 보내주는 명주솜을 팔다가 이불을 염색해서 팔았다. 이불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천을 이용해 한복을 만들었는데 인기가 대단했다. 결국 한복집을 차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전 세계 사람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움과 한복의 미를 알리고 있다.

여든을 바라보는 그녀는 삶의 자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어떤 일이나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해요. 안 될 것이라는 마음이 아니라 될 것이라는 마음을 가져야죠.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마음 먹은 것을 꾸준히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어요. 마음을 다스릴 줄 알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믿어요.”-32쪽

꿈꾸는 엄마들이 고민하는 가장 큰 숙제는 출산과 육아다. 책 속 주인공들도 출산과 육아를 때로는 독하게 때로는 지혜롭게 극복한 사연들이 들어 있다. 그 중에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실제 주인공인 임오경 여자 핸드볼 감독의 스토리는 마음이 먹먹해진다.

그녀는 핸드볼을 위해 몸을 던진 여자다. 국내 핸드볼팀이 다 해체된 상황에서 일본 실업팀에 선수 겸 감독으로 가 있을 때 그녀는 임신을 했다. 남편은 아이를 낳기만 알아서 다 키우겠다고 했다. 그녀는 임신하고 6개월간 선수로 뛰었고 아이를 낳고 2주 만에 코트에 복귀했다. 그러나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었다. 딸 육아는 오직 임오경의 몫이었다. 갓난아이일 때 딸은 체육관 한 켠의 바구니 속에서 커갔다.

“운동하다가 울면 우유 먹이고 다시 뛰었다. 하지만 아이가 성장하자 몸이 두세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 되었다. 운동하랴, 감독하랴, 엄마, 아내, 며느리 역할까지 하느라 몸에 과부하가 걸렸다.” -58쪽

우울증에 시달리던 그녀는 어느 날, 아이를 보며 정신을 차렸다.

‘이제부터는 나 자신을 위해 살자. 내가 먼저 살아야 아이도 살고 나도 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남편과 헤어졌다. 기댈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니 스스로 더 강해졌다.

박경림이 스포츠계뿐만 아니라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남자들과 함께 일하며 힘들어하는 엄마들에게 조언을 한 마디 해달라고 부탁하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우선 내 마음 속에서부터 남자, 여자 선 가르지 말고, ‘사람’으로 보는 게, 나부터 그러는게 중요해요.”

책에 따르면 임오경은 “여성 스포츠인에게도 아이를 출산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녀의 후배들도 어느덧 38~40세가 되었는데 아직 결혼도 안하고 아이도 낳지 않고, 코트에서 뛰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직장인들은 현실적으로 다 찾아 쓰진 못하더라도 출산, 육아휴직이 제도상 보장되어 있는데, 스포츠인에게는 그런 명목조차 없다. 여자 선수는 임신과 동시에 은퇴해야 한다는 관념이 아직도 깊숙이 박혀 있는 이유다.

책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화려하고 멋진 성공한 여성들의 모습 이면의 ‘엄마’들이 있다. 고민하고 분투하고 외로워하고 그러다 또다시 일어나 스스로를 격려하고 자신의 길을 모색하는 한 여자의 삶, 엄마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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