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나를 알아가는 공부'
인문학 '나를 알아가는 공부'
  • 이수진 시민기자
  • 승인 2014.12.17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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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인문학 길잡이>

[북데일리] "인문학은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보듬어야 진정 배울 수 있습니다. 인문학이란 소크라테스가 공자를 알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배우고 결국에는 나 자신을 알아가야 하는 공부이기 때문입니다." -시작하며에서

<친절한 인문학 길잡이>(경이수 지음. 책비. 2014)는 초보자를 위한 인문학 사용설명서이다.

이 책은 지금의 우리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민들, 공감할 수 있는 질문들로 이야기를 시작하며 인문학을 공부하는 첫걸음으로 ‘인문고전 읽기’를 제시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적어도 제목은 알고 있을 정도의 15권의 책읽기 여행이 시작된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 들면서 ‘동안’과 ‘성형’은 우리에게 큰 관심을 차지하고 있다. 오래 살면서 젊고 건강하게 살기를 바라는 건 인간의 본능일까. 욕심일까.

저자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이 드는 게 서러울 때’ 우리나라 대표 배우 ‘전지현이 부러워질 때’ 읽어보면 좋은 책을 추천한다. 바로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다. 비극적인 소설이지만 우리가 집착해온 아름다움의 이면을 들춰내주는 다소 과감한 소설이다. 책에는 그 소설의 일부분을 소개하며 설명을 곁들인다.

“저는 아름다움이 사라지지 않는 모든 것에 질투를 느껴요. 당신이 그린 내 초상화에도 질투를 느껴요. 내가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것을 이 초상화는 간직하고 있잖아요. 얼마나 좋을까! 나는 항상 그대로 젊음을 간직하고 이 그림이 대신 변한다면!”-35쪽

마약과 사창가를 전전하며 살았던 주인공 도리언. 이 소설의 마지막은 찢어진 초상화 아래 주름투성이의 역겨운 몰골로 죽어 있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우리에게 양심, 영혼을 져버리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의 종말을 의미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저자는 외적인 아름다움보다 내 마음을 보다 성숙하게 내 마음을 보다 따뜻하게, 사랑스럽게 만들어주기 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빅토리아 시대에는 ‘불 속에 던져버려야 할 부도덕하고 불결한 책’이라 불리었다고 하죠. 이 책은 마치 타임캡슐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이 불타지 않고 100여 년이 넘는 세월을 거뜬히 버텨 ‘동안’과 ‘성형’으로 겉치레의 아름다움만 주목하고 있는 21세기의 우리에게 흉측한 양심과 영혼의 얼굴을 잘 보여주고 있으니 말입니다.”-42쪽

책에는 고전과 뜨겁게 어우러지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중에 책과 ‘부담 없이 만나 낙서하기’가 눈에 번쩍 띈다. 책은 왠지 깨끗이 보아야 하고 구겨서도 접어서도 침을 묻혀도 과자 부스러기 하나라도 흘리면 안 될 것 같아 조심해서 보게 된다.

“책도 읽다보면 그 순간 우리의 가슴을 치는 문장을 만나게 됩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해야 할 일이 ”밑줄치기와 낙서하기“입니다. 책은 소장하기 위함이 아닌 읽고 느끼기 위함입니다. ‘책을 읽는 것’, 그 행위 자체도 생생하게 호흡하며 생을 살고 있는 인생의 한 순간 순간입니다. 그 순간의 생각과 느낌을 책에 새겨 넣는 것만큼 제대로 된 책읽는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149쪽

이 책의 특징은 인문고전을 소개하고 난 뒤에 그 책이 가지는 의미와 역사적 배경, 인물 소개 등을 곁들였다. 그래서 말랑말랑하게 읽을 수 있는 인문고전 안내서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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