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는 저마다 울음소리가 있다
시에는 저마다 울음소리가 있다
  • 장맹순 시민기자
  • 승인 2014.12.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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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미당 문학상 수상작품집<심장을 켜는 사람>

"시인이란 다른 빛을 보고 다른 소리를 듣는 사람이다."

​[북데일리] 올해 열 네 번째를 맞는 미당문학상을 수상한 나희덕 시인은 수상소감에서 시인을 이렇게 정의했다. 미당문학상은 현대문학의 거장이라 할 수 있는 서정주 시인의 문학적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이 상은 지난 1년간 창작, 발표된 시 가운게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정한다.

 이번 <미당수상작품집>(문예중앙. 2014)에는 수상작 '심장을 켜는 사람'을 비롯해 나희덕 시인이 직접 고른 '탄센의 노래'외 28편이 실려 있다. 여기에 실린 자선시는 시인의 최근 발표작 및 그간 펴낸 시집 중에서 고른 것이다. 시인의 시 세계를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다.

​또한 책에는 최종후보에 오른 아홉 명 시인들의 작품이 담겨있다. 여기에 해당되는 시인들은 김이듬, 김행숙, 손택수, 이문재, 이수명, 이원, 이제니, 이준규, 최정례 시인으로, 예심을 맡은 심사위원들의 추천평과 함께 시인별로 각각 6편의 시를 소개한다.

​"심장의 노래를 들어보실래요?/ 이 가방에는 두근거리는 심장들이 들어 있어요/ 건기의 심장과 우기의 심장/아침의 심장과 저녁의 심장/ 두근거리는 것들은 다 노래가 되지요."(심장을 켜는 사람)부분

 이 시는 음악을 묘사하는 언어의 리듬이 돋보인다. 시인은 인터뷰를 통해 "심장을 휘돌아 나가는 피처럼, 몸 구석구석을 통과한 시에는 저마다 고유한 심장박동 수나 울음소리가 있다" 며 "개인적이거나 집단적인 울음이 형식을 얻게 되었을 때 그것을 우리는 시 또는 노래라고 부른다"고 자신의 시론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심사를 맡은 이광호 문학평론가는 심사평을 통해 "지금의 한국 서정시를 대표하는 시인의 시가 자연의 정숙함이 아니라, 거리의 죽음과 거리의 음악으로부터 시적 모티브를 발견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곳은 수심이 깊어 위험하니 출입을 금합니다/ 돌을 외투 주머니에 채우고/ 강물 속으로 걸어 들어간 버지니아 울프처럼/ 말의 원석에서 떨어져 내리는 글자들처럼/ 식탁아래 떨어져 내리는 글자들처럼/ 식탁아래 덜어진 빵부스러기들/ 끌고 가는 개미처럼/ 부스러기만으로 배가 부르다고 했던/ 가나안 여자처럼/ 허기 없는 영혼처럼/ 불꽃 없는 빛처럼/ 마담 퀴리가 처음으로 추출해낸/ 0,1g의 라듐처럼/희고 빛나는 것들/ 그러나 검게 산화되기 쉬운 것들."(라듐처럼) 부분

​최근에 그녀가 발표한 시편들을 보면 과학적인 사실을 근거로 한 시들을 만날 수 있다. 문태준 시인의 수상인터뷰에서 시 세계의 변화에 대한 질문에 시인이 안 되었으면 아마 과학자가 되었을 거라 답한다. 그러면서 시인은 '시와 과학은 대립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사물의 현상을 관찰하고 어떤 구조나 원리를 추론해낸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등단한 지 25년이 되는 시인은 인터뷰에서 시적 관심사가 변하긴 했지만 시에 조금의 핏기와 온기가 있었으면 좋겠고 조금이라도 사람의 냄새를 지닐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시인은 현재 광주 조선대학교에서 14년째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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