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분홍빛 메뚜기'네
와! '분홍빛 메뚜기'네
  • 이수진 시민기자
  • 승인 2014.12.14 0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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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의 470가지 곤충이야기

[북데일리] 태극나방, 사향제비나비, 부전나비, 명주잠자리, 큰주홍부전나비, 꼬리명주나비, 부채장수잠자리, 고추잠자리, 나비잠자리, 가시얼룩나비, 연노랑풍뎅이, 진홍색방아벌레, 삼하늘소, 노란 실잠자리, 방울심자리. 풍년새우, 큰주홍부전나비...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155마일의 비무장 지대에 살고 있는 곤충들의 이름이다.

<비무장 지대, 곤충>(김계성·김경희 지음. 세리프. 2014)는 저자 부부의 오랜 경험이 녹아 있는 470가지의 곤충 이야기들과 511장의 생생한 사진들로 구성된 책이다.

책표지 사진은 나비로 이름은 작은검은꼬리박각시이다. 고려엉겅퀴를 맴돌며 맹금류 마냥 멋진 비행술을 보이고 있다.

"박각시는 공중에서 정지비행 상태로 흡밀(꿀을 빨아 먹음)할 수 있어 꽃에 앉아 있는 경우를 보는 것은 극히 드문일이다. 헬리콥터 같은 놀라운 비행술은 초당 50여 회의 빠른 날갯짓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24

저자들은 10년 이라는 세월동안 언제나 새로운 곤충에 대한 설렘을 안고 비무장지대를 찾아 탐사와 생태 강의를 해왔다. 그 결과 멸종위기동식물 2급 꼬마 잠자리와 왕은점포 범나비등을 발견했다.

저자들이 ‘비무장지대가 들려주는 두 번째 생태 이야기’의 주제로 곤충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환경오염으로 사라져가는 곤충들과 그들을 품고 있는 비무장지대의 생태계를 온전히 전하고 싶어서였다. 비무장지대에 사는 곤충들 가운데 사람들에게 친숙하면서도 학술적 가치가 있는 개체를 골라 19목 116과 407종의 곤충 이야기가 탄생했다.

책에 따르면 2006년 여름날 민통선 백연리에서 세계최초로 분홍빛메뚜기를 발견했다. 녹색, 갈색의 일반적이 메뚜기와 달리 분홍빛의 특이한 색깔을 지니고 있었다. 매우 희귀한 발견이었다. 그로부터 5년 뒤, 영국에서 동종의 분홍빛메뚜기가 발견되어 화제를 모았고 이어 일본에서 발견되었다. 그들보다 한 발 앞서 자연 생태의 보고인 우리나라 비무장지대에서 발견한 것이다.

 199쪽. 분홍메뚜기의 모습

"그 뒤로는 더 이상 만나지 못했다. 분홍빛의 튀는 색깔이 다른 메뚜기들에 비해 천적들에게 쉽게 노출되어 다시 보기 힘들어진 것이라 여겨진다. 현재까지도 분홍빛메뚜기의 출현을 두고 전문가들의 견해는 환경 변화, 유전자 이상 또는 피부 색소 결핍에 따른 현상등이 원인일 것이라는 추측뿐이다."-199쪽

오매불망하던 꼬마잠자리를 뜻밖의 장소에서 만난 이야기도 흥미롭다.

“타래난초, 산해박, 솔나물등을 만나고 돌아설 즈음, 뭔가 눈앞에서 아른거리듯 낮게 날다가 이내 잔디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엄지손톱 크기의 아주 작고 새빨간 꼬마잠자리였다. 멸종위기동식물2급으로 서식지가 중부 이남인 꼬마잠자리가 경기 북부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었다. 극히 제한된 곳에서만 서식하는 꼬마잠자리가 청정지역 파주를 일부러 찾아준 것이라 생각했다.”-174쪽

이 책은 최초로 비무장지대의 곤충들에 대해 조명하고 있다. 특히 비무장지대를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일반인들에게 그곳의 생태 환경과 곤충들에 대해 소개하면서 생태 학습은 물론 안보 교육에 관해서도 훌륭한 길잡이가 되고 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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