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에게 진짜 마음이 있다면
로봇에게 진짜 마음이 있다면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11.27 16: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명훈의 소설 <가마틀 스타일>

 [북데일리] 편리한 생활을 위해 만들어진 로봇은 친근한 존재다. 로봇은 인간을 돕기 위한 존재, 인간의 명령어에 따라 행동하는 대상일 뿐이다. 로봇에게 마음이 있다면 어떨까? 작가 배명훈의 소설 <가마틀 스타일>(은행나무. 2014)에 그런 로봇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로봇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소설은 인간을 공격하고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 가마틀의 이야기다. 그 로봇을 만든 건 인간이다. 미치광이 과학자의 무서운 야욕이 가져온 결과물인 것이다. 539대의 가마틀은 도시에 침투해 인간을 공격했다. 사태가 진압되고 수사팀은 한 대의 가마틀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다. 오른팔에 장착된 LP13 레이저포의 위력을 생각하면 빨리 찾아야 했다. 특별수사팀의 민소는 인공지능기술자인 은수에게 자문을 구한다.

 민소는 사라진 가마틀을 찾으며 왜 가마틀이 무리에서 단독으로 사졌을까 의문을 던진다. 그리고 사라진 가마틀의 자아에게 대해 생각한다. 인간을 공격하는 목적을 지닌 로봇이 일탈을 했다면 인간에게 위험을 가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가마틀을 목격했다는 제보와 피해자의 등장으로 민소는 혼란스럽다. 그러던 중 은수가 납치되는 일이 발생한다. 다른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은수는 무사히 돌아온다. 은수의 증언으로 민소는 가마틀이 오른손을 소중하게 다룬다는 걸 알았다. 결코 인간을 해치지 않는다는 확신도 말이다.

 가마틀의 위치는 노출되었고 포획을 위해 병력이 출동했다. 가마틀은 LP13 레이저포를 발사하지 않았고 포위망을 빠져나갔다. 가마틀과 전투로봇의 충돌이 이어진다. 하지만 가마틀은 여전히 오른팔을 사용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그런 가마틀이 자유롭게 떠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건 당연했다.

 ‘마음이니까 저렇게 버텨내지, 기계라면 저게 가능하겠어? 저게 인간이야. 아니, 그보다 더 훌륭한 무언가야. 신이라고 불러도 좋고 아니라고 해도 좋아. 다만 당신들도 그런 생각이 들 거야. 어떻게든 저 존재와 내가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있다면. 그래서 딱 저 아름다운 영혼이 끌어올려준 만큼 내 존재도 그렇게 숭고해질 수 있다면.’ (109쪽)

 정말 가마틀에겐 마음이 있던 걸까? 있다면 어떤 마음일까? 어쩌면 가마틀은 형제라 할 수 있는 수백 대의 로봇과는 다른 오직 자신만의 자아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났는지도 모른다. 배명훈은 언제나 독자에게 색다른 감동을 안겨준다. 인간을 지배하기 위한 로봇으로 시작된 이야기를 따뜻하고 유쾌한 인간애로 갈무리하다니. 마음을 지닌 로봇 가마틀을 통해 인간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니까 결국 배명훈이 말하고 싶었던 인간이었던 것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