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미리 일기장 훔쳐보기
마스다 미리 일기장 훔쳐보기
  • 신 현철
  • 승인 2014.11.24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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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

[북데일리] <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이봄, 2014), 마스다 미리의 새 책이 나왔다. 책을 처음 펼쳐 읽는 느낌은 '낯설음'이었다. 이 언니, 지금 40대 중반인데 30대가 할 만한 연애질을 하고 있네? 일러스트도 그렇고.... 정서 상의 이질감이 들었다.


조사해보니, 이 책은 2004년 <어제 태어난 애틋한 사랑은>이 출간된 후 일본의 대중도서잡지 <다빈치>에 연재한 원고를 추가하여 2008년 재출간 했다. 한국에서의 출간은 2014년 10월, 최근의 일.


마스다 미리의 책을 읽을 때 염두해 두어야 하는 부분은 한국에서는 신구간이 한꺼번에 번역된다는 점이다. 얼마전 출간된 <여전히 두근거리는 중>이 40대의 마스다 미리라면 <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는 30대의 그녀이다.


다시 30대의 감성으로 책을 펼쳐보니, 30대의 마스다 미리가 보인다. 30대만이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91개의 짧은 이야기에 담았다. 시작되는 사랑에서부터 이별의 과정까지 섬세한 감정들이다. 마치 그녀의 일기를 훔쳐보는 것 같다.


마음에 둔 남자와의 식사 약속에서 스커트 주머니에 견본으로 받은 얇은 파운데이션을 감춰 넣는다. 핸드백을 들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면 화장을 고치고 있다는 티가 나기 때문에 빈손으로 화장실에 가서 조금씩 자연스럽게 화장을 고치는 전략이다. 그렇다고 대놓고 남자에게 들이대지는 않는다. 사실은 마음에 드는 남자를 공략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공략 당하고 싶은 것이다.


그녀는 두근거리는 연애를 하고 싶다. 순수한 사랑의 감정에 몰입하지만 귀여운 속물 근성도 드러낸다.


다이아몬드 반지 따위 필요 없다.
그까짓것 내가 사면 돼.
원하는 건 그의 따뜻한 마음뿐!!
이렇게 말하고 싶지만, 사려고만 하면 다이아몬드도 살 수 있는 정도의 경제력을 갖췄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 내가 늘 웃고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71쪽


여자라면 분명 공감할 이야기라는 것이 한국에서 마스다 미리가 인기있는 이유이다. 물론 남자들에게도 강추해주고 싶다. 만약 여자친구가 "나를 좋아하는 이유를 하나만 말해봐."라고 물었을때, "상냥한 성격"이라든지 "웃는 얼굴이 좋다"고 하면 불합격. "자는 모습이 좋아." 여자가 원하는 대답이다. 무방비로 자고 있는 모습이 좋다는데 기뻐하지 않을 여자는 없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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