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 않는 아이를 웃게하라
웃지 않는 아이를 웃게하라
  • 이수진 시민기자
  • 승인 2014.11.22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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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회의 <방긋 아가씨>

[북데일리] ‘거울효과’는 상대방을 얼굴표정이나 행동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따라한다는 말이다. 특히 아기들은 엄마들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한다. “까꿍”놀이는 아이들에게 웃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방긋 아기씨>(윤지회 글.그림)는 태어나고부터 한 번도 웃지 않는 아기를 웃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왕비님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강포에 싸인 아기가 공갈젖꼭지를 물고 곁눈질로 누군가를 보고 있는 모습이 앙증맞다. 책 뒷표지에 공갈젖꼭지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모습은 아기가 어디로 갔을까?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크고 화려한 궁궐에 살지만 마음 둘 곳이 없었던 왕비님에게 예쁜 아기씨가 태어났다. 왕비님은 온종일 아기를 정성껏 돌보지만 이상하게도 아기는 웃지 않는다.

값비싼 옷도 맛있는 음식도 우스꽝스러운 공연도 소용이 없었어요. 아기씨는 웃지 않았어요.-본문 중에서

어느 날, 엉엉 울던 사람도 깔깔깔 웃게 만드는 비법이 있다는 의사 카프가를 궁궐로 불러 들이는데 아기는 웃기는 커녕 엉엉 울어버립니다. 어찌된 일일까. 의사는 깃털하나로 엄마를 눈물나게 웃게 만든다.

이 책은 윤지회 작가의 네 번째 창작 그림책이다. 긴 시간 공들인 만큼 한 장면 한 장면이 아름답다. 연필과 물감의 결을 치밀하게 쌓아올려 그림이 깊고 풍부하다. 배경이 되는 왕국의 밤하늘과 식당의 바닥 무늬는 둘 다 짙은 회색이지만 질감과 온도가 전혀 다르다. 커튼 자락과 요람의 나뭇결, 너울거리는 정우너수 잎사귀도 마찬가지다. 검정과 흰색 사이, 회색 베일을 겹겹이 두른 듯 섬게하게 그려 낸 세계, 참으로 우아한 그림책이다.

그림책의 특징 중 하나는 글이 없어도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엄마의 감정의 온도가 색으로 나타나고 있다. 얼굴, 손, 다리는 파랗다. 파란색은 차갑다는 이미지가 있다. 아기를 낳기 전의 모습도 아기를 낳은 후의 모습도 파란색이다. 하지만 아기가 웃자 엄마의 얼굴도 신기하게 얼굴과 손에 온기가 돈다. 엄마품에서 새근새근 잠든 모습은 평화 그 자체다.

이 책은 옛이야기 형식을 빌려 보편적인 엄마와 아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왕비님과 아기씨는 우리 주변의 누군가 혹은 나와 내 아기의 모습일 수 있다. 작가는 이를 귀뜸하듯, 작은 단서들을 숨겨 놓았다. 그림을 잘 살펴보면, 휴대전화, 헤드셋, 카메라, 태블릴PC 같은 요즘 물건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아이들과 같이 읽으며 숨은 그림찾기 놀이를 해도 재미있을 것이다.

아기를 기다리는 예비 엄마라면 아기와의 설레는 첫 만남을 상상해도 좋고 아이들이 컸다면 아이들과 함께 어린시절의 소중했던 추억의 순간을 되새겨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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