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 받은 거리의 아이들
버림 받은 거리의 아이들
  • 이수진 시민기자
  • 승인 2014.11.1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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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실화, 최초의 청소년 소설

[북데일리] “모자를 쓰고 넥타이를 정갈하게 맨 신사는 어쩌다 마르시우와 부딪치자 입에 담지 못할 욕을 내뱉었다. 어떤 여자는 두 손으로 가방을 움켜잡고 의심하는 눈초리로 마르시우를 노려보며 잰걸음으로 지나쳐 갔다. 사방에서 적개심에 찬 눈길이 쏟아졌다. 마치 전염병 환자라도 된 듯한 느낌이었다.” -72쪽

<거리의 아이들>(다마리스 코프멜 지음.김일형 옮김)은 브라질의 거리의 아이들의 현실을 그린 최초의 청소년 소설이다. 작가는 거리의 아이들을 소재로 한 작품을 쓰기 위해 상파울로에서 아이들의 참상을 직접 취재했으며 그 후로 10년 간 브라질에 머물면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을 쓰고 아이들과 함께 했다. 위의 글은 주인공 마르시우가 거리에서 떠돌때 어른들이 보내는 시선이 담겨 있다. 거리의 아이를 따뜻한 눈으로 봐주지 않는 어른들의 서늘함이 느껴지는 글이다.

표지 그림이 강렬하다. 아이의 몸속에는 건물과 나무가 넘친다. 집과 건물이 많은데 아이가 머물 공간은 없고 나무가 많아도 아이가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아이가 머물수 있는 곳은 길 뿐이다. 노란 배경색은 마치 희망을 상징하는 것 같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고 폭압적인 고아원에서 억눌린 채 지내던 열네 살 소년 마르시우가 살기 위해 달아난 ‘거리’ 위에서 보낸 6년간의 발자취를 그림으로써 인권의 사각지대와 잔혹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 냈다. 범죄에 찌든 거리의 아이들과 부패한 경찰관들의 틈바구니에서 자신의 존엄과 신념을 지키며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마르시우의 이야기는 브라질의 현실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의 명암과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을 밀도 있게 담아내고 있다.

마르시우는 지옥 같은 고아원 생활을 하루도 더 견딜 수 없어져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골몰하다 마침내 탈출에 성공한다. 그러나 거리의 삶은 생각만큼 자유롭지도 달콤하지도 않았다. 사람들의 적개심과 범조의 유혹, 거리 아이들의 텃새에 시달리며 절망을 느낀다.

“적어도 도둑질은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알프레도 형 같은 도둑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정직한 방법으로 먹을거리를 구하고 싶었다. 지금으로서는 구걸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폴레옹은 마르시우의 얼굴이 구걸하기에 딱 좋다고 말했다.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왠지 그 말이 힘이 되었다.”-72쪽

거리아이들은 범죄의 유혹에 쉽게 넘어 간다. 배가 고프니까 마트나 편의점에서 음식을 훔쳐 먹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차를 털고, 성매매를 하고 인터넷으로 사기를 치기도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결국은 돌아오기 힘든 길로 빠지는 아이들이 많다. 아이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방법들을 다 같이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마르시우의 친구 나폴레옹은 어른들의 협박으로 마약운반책으로 일하다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마르시우는 나폴레옹처럼 삶을 끝내고 싶지 않았다. 마르시우는 다짐한다.

“길거리 아이들의 삶을 지배하는 악순환을 끊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이 꼭 증명해 보이겠다. 그러자면 반드시 성공을 해야 했다.”-170쪽

이 작품은 브라질의 현실을 그리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를 비롯한 전 세계의 어린이.청소년 문제를 비추어 보게 만든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이틀에 한 명꼴로 아기가 버려지고 있으며 생활고나 부모의 이혼 등으로 버림 받은 아이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다.

마루시우의 이야기는 이러한 우리나라의 현실과 비교했을 때 그 본질과 위험 수위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작품을 통해 제 3세계의 현실과 인권 문제에 대한 감각을 일깨우고 우리 사회의 문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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