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이하고 아름다운 문장이 주는 행복
평이하고 아름다운 문장이 주는 행복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11.06 20: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연수의 <지지 않는다는 말>

 

 [북데일리] 소설가 김연수의 <지지 않는다는 말>(마음의숲. 2012)는 산문이 주는 장점과 즐거움을 고루 갖춘 책이다. 소설처럼 주인공의 마음에 집중하지 않아도 되고 줄거리를 놓쳐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지 않아도 괜찮다. 아무 곳이나 펼쳐 읽어도 좋다. 놀랍게도 어느 부분이든 어떤 이야기든 우리 삶과 닿아 있다. 그건 김연수가 소설가가 아닌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거기다 마음을 진솔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평이하고도 아름다운 문장에 담긴 은밀한 삶의 발견을 마주하는 건 무척 유쾌한 일이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세상을 향한 시선이 달라지는 것을 깨닫는 건 중요하다. 이런 문장을 읽으면서 모든 현자들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는 메시지를 떠올리는 건 나뿐일까?

 ‘아름다움과 시간은 상호보완적이었다. 곧 사라질 것이 아니라면 아름답지 않다. 한편으로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시간의 흐름을 감지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삶이 결국 아름다워질 수밖에 없는 건 결국 우리는 모두 죽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이른다.’(73~74쪽)

 사라질 것이니 소중하게 바라보아야 하고, 사라질 것이 기억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다니. 김연수가 그랬듯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야 고독과 외로움의 본질을 감지하는 게 우리네 삶인 것이다. 어렸을 때 보았던 세상과 어른이 된 후 마주한 세상이 다르다는 건 조금은 슬픈 일이기도 하다. 40대에 누군가의 부고를 듣는 일이 잦아지는 것이 그렇다. 어린 시절에 몰랐을 죽음이 이제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 되었다.

 ‘누군가 우리 곁을 떠나고 난 뒤에 우리가 그 고통을 견디기 위해 기댈 곳은 오직 추억뿐이다. 추억으로 우리는 죽음과 맞설 수도 있다. 혼자서 고독하게 뭔가를 해애는 일은 멋지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결국 우리를 위로할 것이다.’(161쪽)

 살아 있어 떠난 누군가를 기억하는 건 축복이면서도 서글픈 일이다. 결코 혼자서는 추억을 만들 수 없다는 김연수의 말은 정확하다. 함께 보낸 순간, 함께 보낸 공간을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게 누구이든 괜찮은 것이다. 공유할 수 있는 대상이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상대가 있는 건 행복한 일이다. 좋은 사람과 따뜻한 차 한 잔을 놓고 함께 읽어도 좋을 책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낭독을 해주면 더 근사할 것이다.

 ‘우리는 더 많은 공기를, 더 많은 바람을, 더 많은 서늘함을 요구해야만 한다. 잊을 수 없도록 지금 이 순간을 더 많이 지켜보고 더 많이 귀를 기울이고 더 많이 맛보아야만 한다. 그게 바로 아침의 미명 속에서도 우리가 달리는 이유다. 그게 바로 때로 힘들고 지친다고 해도 우리가 계속 살아가는 이유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심장이 뛰고 있다면, 그건 당신이 살아 있다는 뜻이다. 그 삶을 마음껏 누리는 게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의무이고 우리가 누려야 할 권리다. 우리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297쪽)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