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 읽으면 좋을 시집
이맘때 읽으면 좋을 시집
  • 장맹순 시민기자
  • 승인 2014.11.02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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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신작 시집 <소금을 꾸러 갔다>

 "아이들이 옥수숫대처럼 숙쑥 자라는 지금/ 나도 이제 손을 모아 비는 일이 잦아진다/ 이미 어미는 되었고/ 느리지 않게 할매가 되어 간다."(비손)부분

[북데일리] 김인숙 시인의 신작 시집<소금을 꾸러 갔다> (문학의 전당.2014)에 실린 시의 일부분이다. 시인은 쉬운 언어 속에 이야기를 담아 놓았다. 바닥이 훤이 비치는 냇물 같은 시들을 만날 수 있다.

 "작설차를 가운데 두고 앉았다/ 우물 속에서 새들이 혓바닥을 쏘옥 내밀고 있다/ 참새처럼 재잘대다가 부담되는 연록빛/ 한 모금이 입술을 타고 발끝가지 향을 뿌리며 잦아든다/ 차밭 고랑들이 구불거리며 스며든다." (젖어 드는 것은 아름답다)부분

 연록빛 작설차의 맛이 우러나오듯 시인의 시 또한 씹는 맛이 있다. 식물의 밑동으로부터 줄기가 나고 새 순을 틔우는 차밭 고랑들의 자유는 시를 음미하는 즐거움이다. 시인의 오지랖은 시인과 독자 사이의 소통을 원활하게 한다.

 "가을비 오는 날/ 가지 끝에서 떨어진 홍시 하나 석양빛이다/ 쪼그라들더라도 살아남아/겨울날/ 까치밥이 되길 원했을까/ 빗소리 스며드는 저녁 때/부서진 몸을 안고/ 어둠으로 들어서는 저 핏물들/ 잦아드는 소리 처연하다." (홍시)​전문

 이처럼 시인의 시는 쉽다. ​하지만 홍시를 통해 생의 쓸쓸함과 삶의 질곡을 담아내는 시인의 발상은 시적이다. 이번 시집에는 <국화차>, <벌초>, <콩깍지> 등 도시에서 살아가며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시들이 많다.

 시인은 평소 바람처럼 "아늘아늘 바닥이 비치는, 그래서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하얀 바위계곡 푸른 냇물 같은 투명한 시"로 성찬을 차려 놓았다.

 가을이 깊어가는 요즘 이렇게 맑고 투명한 시집 한 권쯤 곁에 두고 보면 어떨까. <장맹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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