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열한 살 주경이는 학원 가기가 정말 싫다. 같은 반 반장인 혜수가 두렵기 때문이다. 선생님과 친구들 앞에서는 아주 친한 것처럼 대하지만 심부름을 시키고 괴롭힌다. 매일 초콜릿을 사다 바치는 건 그나마 괜찮다. 혜수는 새로 전학 온 명인의 구두 한 짝을 버리는 일을 주경에게 시킨다. 잠깐 구두를 숨겼다가 명인이에게 줄 거라고 혜수는 말했다. 하지만 혜수는 구두를 정말 버렸다.
‘괜찮아. 나 혼자서 저지른 일 아냐. 괜찮아. 난 이보다 더 심하게 당한 적도 있어. 괜찮아. 신발이 그것뿐이겠어. 다른 거 신으면 되지.’ (41쪽)
아빠가 돌아가시고 혼자 죽집을 하면서 주경이를 키운 엄마에겐 말할 수 없다. 혼자서 속상한 주경이는 집으로 가는 골목 모퉁이 가게 ‘기역자 소풍’을 보는 게 참 좋다. 자주 가게 밖에서 장화를 본다. 이상하게 따뜻해지고 위로가 된다.
‘노란 장화. 빨간 장화. 까만 장화. 주황 장화. 파란 해바라기. 웃는 고래. 춤추는 음표. 무지개 나뭇잎, 예쁘다. 나란히 있는 게 아주 잘 어울린다. 사이좋은 친구처럼. 저 중에서 하나라도 팔리면 섭섭하겠다.‘ (51쪽)
명인이의 구두가 어떤 구두인지 알게 된 건 죽집에서 일하는 할머니 때문이다. 명인이가 할머니 손자였다. 주경이는 엄마에게 모든 걸 털어 놓는다. 전학을 가고 싶었다. 명인이 엄마의 마지막 선물이라서 정말 미안했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명인이는 주경이에게 화를 내는 대신 마음이 아팠냐고 묻는다. 그런데 명인이는 주경이를 따돌리지 않고 학예회 준비를 함께 하자고 쪽지를 보낸다. 주경이와 명인이는 서로에게 단 하나의 친구가 된 것이다. 열한 살, 명인이와 주경이의 예쁜 우정이 오래 계속되길 바란다.
누군가에게 아무렇지 않은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가 된다는 걸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동화다. 더불어 아이들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단 하나의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지도 말이다.
‘우리는 누구나 실수라는 걸 해요. 하찮은 사람과 괜찮은 사람의 차이는, 자신의 실수가 누군가 불편하게 하지 않았는지 반성하는 태도에 달려 있을 거예요. 또한, 옳지 못한 경우를 당한 사람도 그것을 제대로 표현할 줄 알아야겠지요. 그럴 때 곁에 단 하나의 친구만 있어도 좋을 텐데요. 생각해 보자구요. 나는 누군가의 단 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 (118쪽,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