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장] 페달은 놀라운 일을 한다
[명문장] 페달은 놀라운 일을 한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10.22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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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지지 않는다는 말>중에서

 [북데일리]아름다운 문장이란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문장일 것이다. 화려한 미사여구를 사용하지 않아도 간결하고 정확한 서술만으로도 충분하다. 김연수가 산문집 <지지 않는다는 말>(2012. 마음의숲)에서 피아니스트 러셀 셔먼이 쓴 <피아노 이야기>속 피아노 페달에 대한 재인용 부분이 그렇다. 단순하고 명료한 문장이다.

 “페달은 놀라운 일들을 한다. 짧은 것과 긴 것, 안정된 것과 변덕스러운 것, 흰 것과 검은 것, 피라미와 청새치, 나뭇잎과 나뭇가지, 원자와 대기권, 점과 선, 선과 원 등 서로 대조적인 것들의 진로를 나란히 만들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페달의 주의 깊은 아량과 분별력에 의해 실행되고, 확대되고, 삭제되며, 기적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에, 김연수는 자신의 운동화에 이 문장을 대입시킨다. 누군가의 삶에 대입시킬 수 있는 문장이라니, 정말 감동적이라 할 수 있다.

 ‘운동화는 놀라운 일들을 한다.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 낙엽과 새순, 하얀 눈과 검은 비, 뜨거운 햇살과 선선한 바람, 땀과 눈물 등 서로 대조적인 것들의 진로를 나란히 만들 수 있다. 아, 달리기란, 우리가 평생 하는 일이란 그런 것이다. 언뜻 보기에 서로 다르게 보이는 것들의 진로를 나란히 만드는 일.’ (225쪽, 일부 수정)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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