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선비들이 흠모한 문인
당대 선비들이 흠모한 문인
  • 장맹순 시민기자
  • 승인 2014.10.0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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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휴 산문선 <나를 찾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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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조선후기 문장가 하면 우리는 연암 박지원을 꼽는다. 그런 박지원과 쌍벽을 이룬 문장가가 있었다. 바로 혜환 이용휴(1708~1782)다. 책<나를 찾아가는 길> (돌베개.2014)은 그가 쓴 산문 가운데 47편을 골라 젊은 학자 두 사람이 현대어로 옮기고 해설을 달았다.
 
 책은 1부 '삶의 길, 죽음의 자세' 2부 '세상 밖으로, 예술 속으로'로 짜여져 있고 그의 삶과 글, 문장가로서 소박하지만  철학적 깊이를 짐작케 한다.
 
 이용휴는 실학자 이익의 조카다. 조부 대까지는 조정에서 활발한 남인계 실세였지만 이익의 맏형인 이잠이 숙종의 친국 끝에 죽임을 당해 역적 집안이 되었다. 훗날 이용휴의 아들 가환이 정조의 신망으로 관직에 올랐지만 그 역시 천주교 괴수로 지목 돼 옥사했고 이후 고종 대까지 신원되지 못했다.
 
 그는 평생 벼슬 하지 않은 채 자신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를 문학세계에 구현하고자 하였다. 그럼에도 그의 주변엔 그 비평과 가르침을 받고자 하는 선비와 문인들이 몰려들었다.

 "이 하나의 방안에서도 돌려 앉으면 방위가 변하고 명암이 달라지네. 구도란 생각을 바꾸는 데 있으니 , 모든 것이 이를 따르는 법이지. 자네가 나를 믿는다면 내 자네를 위해 창을 열어 주겠네. 그러면 한 번 웃는 사이에 이미 막힘없이 툭 트인 경지에 오르게 될 것이네."(26쪽)

​ 혜환의 글은 비교적 짧고 담백하다. 그는 일상의 에피소드를 대화체 형식으로 들려준다. 300여 년 전 문장이지만 자연스레 읽힌다. 책에 따르면 다산은 이런 혜환을 재야에서 문단의 저울대를 30여 년간 놓지 않은 인물이라 평했다.

 "나와 남을 놓고 보면, 나는 친하고 남은 소원하다. 나와 사물을 놓고 보면 나는 귀하고 사물은 천하다. 그런데도 세상에서는 도리어 친한 것이 소원한 것의 명령을 듣고, 귀한 것이 천한 것에게 부려지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욕망이 그 밝음을 가리고, 습관이 참됨을 어지럽히기 때문이다. 이에 온갖 감정과 여러 행동이 모두 남들을 따라만 하고 스스로 주인이 되지 못한다. 심한 경우에는 말하고 웃는 것이나 얼굴 표정까지도 저들의 노리갯감으로 바치며, 정신과 사고와 땀구멍과 뼈마디 하나도 나에게 속한 것이 없게 되니, 부끄러운 일이다."(73쪽)

 혜환은 남들을 따라하느라 스스로 주인이 되지 못하고 남의 눈을 의식한 채 살아감을 개탄한다.​ 이밖에도 비록 누추하지만  '편안할 수밖에 없는 집', 이웃에게 들려주는 '무엇에 빠져 살 것인가', 내가 주인이 되기 위한 '나에게 돌아가기'등 책에는 세상의 통념을 벗어 던지고 그가 평생 '참다운 나' 를 찾아 나답게 사는 일에 정진한 기록들을 만날 수 있다.

 눈 밝은 두 젊은 학자에 의해 공들여 옮겨진 덕분에 책은 쉽다.  연암이 풍자와 해학으로 사회상을 담아냈다면 혜환의 문장은 진지한 성찰의 기록이다. 삶이 그런대로 누추하지 않고 심심할 사이 없이 돌아가는 일상에서 혜환은 한 번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라고 말하는 듯하다. 조선의 문호를 만나게 되어 기쁘다.<장맹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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