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현판의 가치와 예술
우리가 몰랐던 현판의 가치와 예술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9.29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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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규의 <현판기행>

 [북데일리] 김봉규의 <현판기행>(담앤북스. 2014)는 제목 그대로 현판 기행이다. 친근하게 다가오는 정자와 누각, 선비의 정신이 이어온 서원과 강당,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사찰, 지난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고택 등 35곳의 현판 이야기를 들려준다. 잘 알려진 사찰이나 서원에 걸린 현판뿐 아니니 어떤 것이든 사연을 담고 있으면 남다르게 다가온다.

 서예가로 잘 알려진 이의 글씨뿐 아니라 역사 속 인물이 쓴 글씨를 볼 수 있다. 책 한 권으로 전국 곳곳의 현판을 만날 수 있다. 저자가 소개한 현판은 마치 살아있는 듯 힘이 넘치는, 도를 닦는 듯한 정갈한 마음이 전해지는, 왕이 쓴 글씨와 최초의 한글 현판 등 정말 다양하다.

필암서원 앞 경장각 정조의 초서 편액인 ‘경장각(敬藏閣)’

 개인적으로 무척 눈에 뜨고 인상적인 현판은 화암사 극락전 편액이다. 나무에 한 글자씩 따로 만들어 걸었다. 역시나 누가 쓴 글시씨인지 알려지지 않았다.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절로 아름답다, 란 말이 나온다. 그러니 직접 마주하면 그 느낌이 얼마나 다를까. 숱한 화재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작품들이 사라졌을까. 정말 안타깝다. 우리가 후세에 전할 우리의 문화재를 관리하고 사랑해야 하는 이유다.

​화암사 ‘극락전(極樂殿)’ 현판

 ‘글씨는 훌륭한 편액 체인데 그것을 새긴 편액 나무는 가장 소박하다. 그런 데다 나무판을 똑같이 세 등분한 뒤 글자의 형태에 맞춰 두 개는 세로로 새기고 하나는 가로로 새긴 점이 참으로 많을 것을 생각하게 했다. 글씨를 쓴 이도 아마 좁은 공간에 맞는 크기로 최대한 잘 썼는데, 세 글자 모두 같은 규격으로는 쓰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그것을 굳이 다시 쓰게 하지 않고, 하나는 글씨를 다담기 위해 편액 나무판의 방향을 달리해 새기고 다른 두 개와 달리 엉성하게 보이더라도 그냥 걸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러 가지로 멋과 여유가 느껴지는 일품의 편액으로 다가왔다.’(191쪽)

 현판이라는 게 쓰고 싶다고 쓸 수 있었던 건 아닐 터. 화재의 중심에 선 숭례문의 현판은 과연 누가 쓴 것일까? 책의 의하면 추사 김정희도 한양에 올라올 때마다 숭례문 현판 글씨를 보고 감탄했다고 한다. 낙권도 없고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는다는 게 아쉽다. 글씨를 쓴 사람은 후세에 이렇게 많은 이들이 자신의 글씨를 두고 논쟁을 했을 거라 상상이나 했을까?

 그동안 많은 이들이 주목했던 건축 양식이나 공간에 담긴 사연이 아닌 오롯이 글씨에 담긴 이야기를 찾아떠나는 여행도 무척 흥미로울 것이다. 이제는 무심코 지나쳤던 현판을 다시 한 번 자세히 보게 돌 것이다. 저 글씨를 쓸 때 무슨 마음이었을까, 과연 저 글자의 의미는 무엇일까, 혼자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도 좋겠다. 더불어 서체의 종류와 변천사를 수록하고 있는 부록은 취미로 서예를 배우고 시작한 이들에게 유익한 도움을 준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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