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상한 고전은 잊어라, <백설춘향전>
식상한 고전은 잊어라, <백설춘향전>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9.29 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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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대상

 [북데일리] 제8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대상 용현중의 <백설춘향전>(노블마인. 2014)은 백설공주와 춘향전이 접목된 소설이라는 걸 대놓고 알려준다. 과연 작가는 알려진 두 이야기를 어떻게 버무렸을까?

 소설은 조선 숙종 시절 남원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기생 월매는 양반의 첩이 되어 딸을 낳는다. 흰 피부의 아이를 보고 아비는 백설(白雪)이라 짓고 싶었으나 어미의 태몽인 봄의 향기를 따라 춘향(春香)이란 이름을 갖는다. 홀로 주막을 하며 딸을 키운다. 예쁘게 자란 춘향몽룡을 만나 서로 사랑을 약속한다. 몽룡이 한양으로 떠나고 변학도가 부임하여 춘향에게 수청을 명한다. 감옥에 갇힌 춘향을 장원급제를 한 몽룡이 멋지게 구해낸다. 우리가 아는 춘향전은 행복한 결말로 끝이 난다. 그러나 소설 속 춘향은 변학도가 퍼트린 고약한 소문에 농락당하고 견디지 못해 집을 떠난다. 산속에 쓰러진 춘향을 발견한 건 바로 난쟁이. 이제 춘향전과 백설공주가 만나는 순간이다.

 ‘열린 문 앞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어 시끌벅적 얼굴을 내민 사람들은 모두 죽을 들고 온 난쟁이처럼 키가 작거나, 척추가 앞뒤로 휘어 키가 자라지 못했거나, 팔다리와 몸통이 짧은 모습이었다. 그들은 모두 일곱이었다.’(175쪽)

 춘향은 세상에서 천대와 멸시를 받은 난쟁이를 거두고 생활하는 최명관의 수양딸이 된다. 그 사이 몽룡은 남원에 부임해 춘향이 앞에 나타난다. 그러나 춘향은 자신의 말이 아닌 소문만 믿는 몽룡과 이별을 선택한다. 전부를 다 줄 것만 같았던 사랑이 한순간에 무너진다.

 소설은 이쯤에서 남인과 서인으로 대립된 정치상과 더불어 숙종과 장옥정에게 역할을 준다. 숙종은 왕세자를 낳은 장옥정을 등에 업은 남인이 아닌 진짜로 조선을 위한 인재를 찾는다. 숙종이 떠올린 이는 자신의 스승 최명관. 최명관을 한양으로 데리고 오기 위해 남원을 찾은 숙종은 약초에 능하고 지혜로운 춘향과 마주한다. 최명관은 춘향을 딸이라 소개하고 임금을 따라 궁으로 보낸다. 춘향은 내의원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숙종의 사랑을 받고 회임을 한다.

 그렇다면 변학도와 이몽룡은 어떻게 되었을까? 저수지를 개간하여 가뭄을 해결한 변학도는 임금의 총애를 받아 궁에 들어온다. 과거 자신이 춘향을 괴롭힌 사실이 들킬까 두려워 살인을 계획하고 실천한다. 다름 아닌 백설공주에게 건넨 왕비가 등장할 차례다. 정말 탁월한 조합이다. 독이 든 사과를 먹은 백설을 구한 이는 누구일까?

 누구에게나 친근한 춘향전과 백설공주를 아주 재미있게 풀어낸 소설이다. 기존의 캐릭터가 아닌 새로운 캐릭터를 부여한다. 나쁘게만 인식된 변학도가 농사를 위해 저수지를 개간한 사실을 치하하고 사랑만을 위해 살았던 춘향이를 통해 인간 평등과 존엄성을 내세운 건 아주 탁월하다. 조선시대의 세태를 통해 현 사회를 꼬집고 비판하는 메시지를 전하니 말이다.

 “도령은 출세만 하려고 헛공부를 하셨군요. 생물 중에 하늘의 뜻을 담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람뿐입니다. 사람이라면 남녀 신분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선한 본성과 하늘의 뜻을 깨우쳐서 인과 의를 행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외형도, 남녀도 큰 뜻을 가로막아선 안 됩니다.” (257쪽)

 기발하고 흥미로운 소설이다. 『백설춘향전』을 시작으로 기존의 이야기가 낳는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한다. 아무도 상상하지 않았던 이야기,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말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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