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소설속 여인들의 욕망
고전소설속 여인들의 욕망
  • 장맹순 시민기자
  • 승인 2014.09.16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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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에서 향랑까지 <옛 여인에 빠지다>

[북데일리]  깊고 재미있는 고전소설 읽기에 앞장서 온 조혜란 교수가 고전소설 속 여인들을 불러냈다. <옛 여인에 빠지다> (마음산책.2014)는 춘향부터 향랑까지 고전소설 속 여성 캐릭터 15명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총 다섯 개의 장으로 주제를 나누고 세 인물씩 소개한다. 첫장 <인간 세상을 동경하지 마>에서는 <구운몽>의 백능파,<만복사저포기>의 그녀, <삼한 습유>의 마모에 대해 이야기한다. 둘째장 <욕망, 도사리거나 배설되거나>에서 <홍계월전>의 홍계월과 <옥루몽>의 강남홍과 벽성선 이야기, 세번째 장 <사시남정기>의 두 여인, <숙영낭자전>의 숙영, 네번째 장<변강쇠가>의 옹녀, <춘향전>의 춘향 등 당대 고전소설속의 여인들의 삶과 욕망을 통해 현재를 돌아보게 한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개 인간이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게 마련이고, 자신의 고유한 욕망이 무엇인지 끈질기게 들여다볼 수 있는 내공을 지닌 이는 오히려 소수에 가깝다. 설사 자신의 욕망을 안다 해도 불안정한 미래를 마주했을 때 기득권을 포기하는 일은 더더욱 쉽지 않아 보인다. 슬쩍 기존의 가치나 질서에 기대면서 타협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선택이리라. 그런데 백능파는 이와는 다른 선택을 하였다. 동정 용왕의 막내딸 백능파. 용왕의 막내딸이라니, 얼핏 철없는 공주 캐릭터가 연상될 수도 있지만 백능파는 그와는 정반대의 여성 인물인 것이다. (23쪽~24쪽)
 
 저자는 <구운몽>의 백능파와 안데르센과 월트 디즈니 판본의 만화영화 <인어공주>와 연관해 읽고 비교 분석한다. 책에 따르면 백능파는 인어공주처럼 무력하지 않고 꿈속에서 양소유를 초대하고 곤경에 처한 그를 돕기도 했다.

 저자는 비늘과 지느러미가 있는 백능파를 조선판 인어공주라 소개한다. 비록 인간은 아니지만 양소유의 사랑을 얻기 위해 비늘을 벗고 인간이 된다. 저자는 구운몽에 등장하는 여인들 중 잘 알려지지 않은 백능파에게 마음이 갔다고 했다. 저자의 현재적 관점에서 텍스트를 들려주는 시각은 무척 흥미롭다.
 
 미모면 미모, 전쟁이면 전쟁, 사랑이면 사랑, 경전經典이면 경전, 요리면 요리, 음악이면 음악, 게다가 진취적인 기상에, 유머 감각도 뛰어나고, 톡톡 튀는 개성에 이벤트까지도 멋들어지게 계획할 줄 알았던 여자, 그런 여자가 바로 강남홍이다. 원도 한도 없이 자신의 능력을 모든 방면에서 발휘했던 여인, 아마도 고전소설의 여성 주인공 가운데 가장 마음껏 살았던 이가 그녀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이런 인물을 만날 수 있을까? 글쎄, 어려울 것 같은데, 그러나 소설 속에서는 아름답고, 완벽한 여인으로 살아 숨 쉬고 있으니, 어쩌랴? <옥루몽>을 읽다 보면, 강남홍이라는 여성 인물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97쪽)

 오늘날로 말하자면 강남홍은 만능 엔터테이너다. 책에 따르면 저자는 미와 덕을 한 몸에 지닌 기생 강남홍을 신분을 넘어선 '제 2의 성性'인 젠더적 열세를 제외하면 양창곡보다 능력을 지닌 전인으로 보았다. 그리고 <옥루몽>을 <구운몽>의 아류작으로 언급될 작품이 아니라며 조선후기 고전소설의 문예 미학적 성취도를 짐작할만한 작품이라 했다.

 이 외에도 책에는 자기감정에 충실한 사랑의 승리자 춘향, 강한 생활력에 성적매력까지 겸비한 옹녀, 설득의 귀재 향랑, 죽어야 사는 여자 숙영, 남편보다 벼슬을 택한 홍계월등 저자는 남자들이 훨씬 많이 등장하는 고전소설에서 여성 인물들이 많았다며 지금 보아도 여전히 생동감이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특히 이번 책에서 빠진 인물로 '임씨삼대록'의 목지란을 뽑으며 논문을 쓰면서 유일하게 눈물 흘렸던 여성이라며 다음에 책을 쓸 마음이 생기면 목지란에 대해 쓸 거라고 했다. 이 책은 <옛소설에 빠지다>에 이은 두번째 책으로 저자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치열하게 살았던 여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교훈을 얻기보다는 이런 삶도 있었다는 걸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TV 보기를 좋아하고 동물의 세계를 동경한다는 저자가 몇 백 년을 건너온 옛 여인들에게 말을 건 이유가 그녀들에게서 우리 삶을 엿보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장맹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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