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숀 탠.사계절.2014)은 고국을 떠나 낯설고 물선 호주에 정착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는 전쟁이나 재난 정치적 박해, 가난 등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곳에 정착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쓴 책이다.
이 책은 글자 없는 그림책이다. 글자는 단 한 자도 없다. 2007년 볼로냐 라가치 특별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총 841컷의 그림들로 되어 있다. 마치 한 편의 흑백무성영화를 보는 것 같다. 미술집 같기도 하고 만화책 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그림이 섬세하고 심리묘사가 잘 되어 있어 그림만으로도 이야기의 흐름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저자는 무려 4년에 걸려 완성한 작품이다.
한 남자가 을씨년스럽고 어두운 도시에 아내와 딸을 남겨 두고 먼 나라로 떠난다. 기차를 타고 커다란 배를 타고 떠난 곳에서 모든 것이 낯설다. 그 곳에 먼저 정착한 사람들의 도움으로 일자리를 구하고 안정되자 가족들도 불러 함께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림은 전체적으로 어둡지만 이야기는 따뜻하게 흐른다. 마치 한 편의 흑백 무성영화를 보는 것 같은 재미가 있다. 그리고 많은 상상력을 불러 일으킨다. 책 표지가 인상적이다. 묵직한 가방을 들고 서 있는 구부정한 남자는 이상한 동물을 보며 엉거주춤 서 있다. 낯선 동물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경계의 표정으로 보인다.
책에 등장하는 음식과 글씨는 해독하기 어려운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고 동물들은 꼬리가 길거나 뿔이 나 있고 괴상한 모습입니다. 낯선 음식은 새롭고 따뜻함보다는 날카롭고 차갑게 그려져 있습니다. 낯선 것들은 남자에게 위협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남자의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를 그림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그림만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림책이다.
낯선 곳에 정착한 사람들의 사연도 남다르다. 한 남자는 아들과 함께 숨어 있다가 군인을 피해 밀항을 한다. 배를 타고 도착한 낯선 땅에 정착한다. 한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전쟁터에 나갔다가 도망을 쳤다. 한 쪽 다리를 잃은 그는 낯선 땅에 정착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한 소녀는 강제노동을 견디다 못해 다시 새로운 삶을 찾아 도망친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새로운 세상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간결하고 상징적으로 그리고 마음 아프게 잘 묘사되어 있다. 슬픔과 두려움의 감정은 언어로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다.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의 정도와 색깔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람들의 낯설고 두려운 감정의 공통점을 잘 표현하고 있다.
남자는 배를 타고 도착하는 시간이 60일을 건넌다는 걸 알 수 있다. 그건 바로 60여장의 각각 다른 하늘의 구름 모습을 보며 알 수 있다. 그림이 모두 다르다. 정말 창의적인 그림이다. 그리고 1년의 시간이 흐르는 시간의 흐름을 창의적인 나무와 꽃의 사계절을 담은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그림이다. 이렇게 글씨 없이 그림책을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어른들에게 60일, 1년을 표현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해진다.
그림책은 어린이가 보는 책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하지만 어른들이 보면 더 재미있다.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어른들에게 상상력을 배울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동심으로 돌아가 잃어 버렸던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펴 볼 수 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상상력과 창의력, 스토리텔링 훈련에 더 없이 좋은 책이다.